한국재난안전뉴스 노혜정 기자 | 지난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최초로 국내 레미콘 기업인 ‘삼표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삼표산업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표산업(대표 윤인곤·이종신)은 수도권 최대 레미콘 회사 중 하나다. ▲건설 소재 ▲순환 자원 관련 생산 ▲제조 ▲물류 ▲유지보수 등 국내 유일 건설 기초 소재와 환경 산업 종합 솔루션 공급자다.
강원산업그룹의 고(故) 정인욱 회장이 1952년 강원탄강을 설립해 무연탄 사업을 진행한 뒤, 1966년에 주력 사업인 연탄수송을 위해 삼강운수를 설립했다. 이후 삼표로 사명을 바꿔 본격적으로 건설자재 산업에 뛰어들었고, 2013년 10월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레미콘·콘크리트 제품 제조·판매 사업부를 분할해 삼표산업을 신설회사로 설립한 바 있다.
레미콘부문의 경우 ▲서울 성수·풍납 ▲경기도 광주·양주·동서울·연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8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골재사업은 ▲경기 양주 ▲인천 ▲파주 ▲화성 ▲안성 ▲예산 등 6개의 석산에서 골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당진 ▲평택 ▲원주공장을 가동해 충청·강원권으로 공급권역을 확대한 상태다. 서울 성수와 풍납동에 위치한 공장은 현재 공장부지 이전을 두고 서울시·송파구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삼표그룹 지주회사인 (주)삼표로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주)삼표의 회장이자 그룹 총수인 정도원 회장은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다. 현재는 정도원 회장이 삼표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레미콘 부문은 윤인곤 사장이, 골재부문은 이종신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삼표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매출은 약 6535억원, 영업이익은 109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삼표그룹의 주력 회사는 레미콘 사업을 하는 삼표산업과 시멘트 사업을 하는 삼표시멘트다. 전통적 굴뚝 산업이다. 옛 동양시멘트를 2015년 인수해 삼표시멘트로 회사명을 바꾸고, 레미콘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레미콘회사와 시멘트회사를 함께 운영하게 되면 수직계열화를 이뤄 수익성 개선이 높아진다. 삼표그룹은 골재와 레미콘, 철강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1998년 재계 29위까지 올랐다.
삼표그룹은 금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생산, 유지, 보수 등의 과정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팩토리시스템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성 향상뿐 아니라 사후 고객대응 개선도 이룰 것이라 기대했다.
삼표그룹은 2020년 10월 엔지니어링 전문회사 이지파트너와 특수공법에 사용할 수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는 특수공법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정도원 회장은 2015년 동양시멘트 인수를 한 이후 레미콘업계 최초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제2의 도약을 발판을 마련했다. 삼표산업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겪었으나 치열한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워크아웃을 4년 만에 끝냈다. 당시 강원산업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철강을 점찍고 사업을 확장했으나 외환위기에 따른 철강 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1998년 12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정도원 회장은 삼표산업 워크아웃 돌입 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통폐합 등을 진행했다. 2000년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기 시작했다. 워크아웃 졸업 2년 만인 2004년 7월 기존 강원산업그룹의 이름을 삼표그룹으로 바꿨다. 계열사 이름도 모두 삼표를 붙였다.
삼표그룹은 이번 붕괴사고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에 생산, 유지, 보수 등의 과정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만에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삼표산업의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될지, 하향곡선을 갈지 기로에 섰다는 평이 많다. 최근 수년간 산업재해가 빈번했던 삼표그룹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삼표그룹은 최근 2년 동안 4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사업장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삼표레미콘 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2020년 3월에는 협력업체 노동자가 후진하는 굴착기에 치여 사망했고, 같은 해 5월 컨베이어 끼임사고로 1명이, 7월에는 추락사고로 1명이 숨졌다.
이런 사고들로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8월 노동청 특별감독결과 471건의 시정명령을 받았고, 과태료 4억3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삼표시멘트 안전책임자 한 명은 입건됐다.
물론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3D 업종이 주 산업이란 점이 있지만, 사고가 빈발하다는 점에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할 경우 등에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종사자 사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게 50억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이런 징벌 때문이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삼표그룹 노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삼표는 노동자들에게 더 책임을 강조할뿐 시설 등에 대한 보강은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휴일에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했기 때문에 일어난 불상사다"라고 비판했다.
삼표그룹은 이번 사고와 상관없이 계열사 전문성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시멘트는 앞서 2019년 환경부와 ‘미세먼지 저감 협약’을 맺고 2023년까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배출량을 18% 감축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을 세운 뒤 삼척시에 기부했다.
정도원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재 영입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쪽으로 변화하는 경영흐름에 발맞춰 친환경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덩달아 삼표산업 서울 레미콘공장 이전 진통이 부각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표산업은 서울 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2004년 성수동 서울숲 조성계획을 세웠는데 당시 성수동 공장을 포함하지 못해 규모를 축소했다. 이후 서울시는 이 공장을 공원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삼표산업은 레미콘공장 특성상 서울이나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공장부지를 마련해야 하지만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레미콘공장도 부지 철수와 관련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송파구는 풍납토성 복원사업을 위해 2006년부터 삼표산업 풍납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강제수용에 나섰다.
삼표산업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송파구의 강제수용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2019년 2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송파구는 2020년 8월 삼표산업을 상대로 공유재산 인도소송을 냈다. 강제수용이 정당함에도 삼표산업이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것이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삼표그룹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017년 11월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광업회사-물류회사-현대제철로 이어진 현대제철의 기존 석회석 공급구조에 참여해 일명 ‘통행세’를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삼표가 석회석 운반에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하는 일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삼표그룹과 현대차그룹 사이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삼표그룹은 “건설기초 산업을 기반으로 한 연관 산업 위주로의 확장을 통해 어떠한 위기와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 사업분야에 걸친 정도경영은 물론 지속적 R&D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경영,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품질경영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삼표그룹 홈페이지 CEO 메시지).
그러나 산업재해에 무신경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를 내놓아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