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까? 산업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시행됐음에도 불구,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소폭이긴 하지만, 늘어났다. 관련 기사 : 중대법 불구, 산재사망 오히려 늘었다.. 3분기 9명 증가
이에 대해 사업자와 근로자 측의 입장은 오히려 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업자 측은 중대법이 처벌적인 측면만 강조함에 따라 애초부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 현장 안전 인력이 오히려 서류 작업 등에 매달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근로자 측은 각종 모호한 시행령 등으로 인해 처벌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사고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덜 하고 있다면서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이같은 입장 차이와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법 시행이 채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1~9월까지의 데이터만 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예방적 노력이 어느 정도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서 숫자로 나타나는 것은 내년 정도에나 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을 계기로 더 부각된 탓인지, 최근 들어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8일) 오후 3시42분께 경기 화성시 송산동에 위치한 수원슬러지사업소에서 근로자 2명이 슬러지(하수 처리 중 발생한 찌꺼기)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소 건조동의 열교환기 덕트 청소 작업 중 상부에 고착돼 있던 다량의 슬러지가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3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50대 근로자는 부상을 당했다. 두 사람은 슬러지에 맞아 3m 깊이 원통형 슬러지 운반관에 떨어졌는데, 30대 노동자는 의식 없는 탓에 구조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해당 사업장은 하수처리물을 가공해 발전연료로 납품하는 업체로, 경기도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을 두고 있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오후 8시 50분쯤 광주 광산구 디케이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1.8톤짜리 코일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 사업장 역시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당국은 사고발생 후 현장에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재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중대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은 잇따 사망사고 발생한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지난 9월30일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 통신장비 교체 준비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진 데 따른 것이다.
코레일 사망사고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에는 경기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연결작업 중 노동자가 기관차에 부딪혀 사망했고, 앞서 7월13일에는 서울 중랑역에서 자갈 제거 등 궤도 점검 작업 중 진입한 열차에 치여 노동자가 숨졌으며, 3월14일 대전차량사업소에서 열차 검수 작업 후 출발하는 열차의 바퀴와 레일 사이에 끼여 노동자가 숨졌다.
보건안전 전문가들은 현재 나오는 숫자로만 판단해 중대법의 실효성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나 보완 사항이 무엇인지를 증거에 입각해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