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평 내리막길 최대 2천여명 끼어..숨쉴 틈도 없었다

'인간 통조림' 상태로 서서 질식되는 위험까지 노출
중대본, 6시 현재 사망자 154명, 중상 33명, 경상 116명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평소 같으면 성인 5, 6명이 지나가도 비좁다고 느끼는, 폭 4m 길이 45m(다음 지도 기준)의 골목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어져 3년만에 핼로윈을 즐기게 위핸 모여든 젊은이들에게 수많은 인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한껏 핼로윈 분위기를 띄우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난 29일 저녁 10시경부터 상황은 돌변했다. 마치 도로나 강에서 일어나는 병목현상처럼 수많은 인파들이 엉키기 시작했고,  경사면 아래에 있는 이태원 지하철역 쪽으로 나가려는 인파와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엉키면서 이 골목은 마치 통조림통처럼 변했다.  

 

이 정도의 이른바 '인간 통조림' 상황은 어느 정도로 치명적일까.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정창삼 교수에 따르면, 몸무게 60kg의 성인 100명이 뭉치면 6t의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날 상황처럼 밀리고 밀치는 과정에서는 최대 3배인 18t의 압력이 한 쪽으로 가해진다. 특히, 이날처럼 약 6-10도 정도의 경사로 아래쪽에 있는 인파가 넘어지고,  윗쪽에 있던 사람들이 중심을 잃어 아래 쪽으로 넘어지면서 하단부에 겹겹히 쌓이면 더 큰 충격이 가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실제로 이날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질식과 장 파열 등의 손상을 입은 젊은이들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면 이날 사고 당시, 폭 4m 길이 45m의 내리막길에 몇 명의 뒤엉켜있었던 것일까.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에 따르면, 1제곱미터에 5, 6명이 있으면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매우 답답한 상태로, 지하철에서 꼭 끼어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다. 여기에 더해 10명이 되면 어떨까. 통상 우리가 호흡하려면 가슴을 부풀려야는 하는데, 이런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 즉, 질식사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바꿔말하면 180제곱미터(55평) 공간에 2천명 이상이 끼고 깔리면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이후 가장 큰 엄청난 참사 재난으로 돌변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직전 집계인 전날 오후 11시 기준 286명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중상자는 36명에서 3명이 줄었다. 경상자는 96명에서 10명 늘었으며, 사망자는 154명에서 변동 없다. 사망자 중 1명을 제외한 153명의 신원확인은 완료됐으며, 1명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한덕수 총리 주재 중대본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에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과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합동 분향소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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