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경북 울진 산불 왜 재발방지 못할까

축구장 203개 면적 태우고 24시간 만에 진화
화인은 공사장 용접 불티 튀어 난 것으로 추정
윤석열 대통령 “잔불 철저 관리" 당부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왜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산불이 났는데도 막지 못했을까.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을 타고 일시에 번지면서 큰 피해를 입힌 지난 3월 산불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초기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산불 취약지구의 산불 예방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강인선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밤을 새워가며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계신 산림 당국과 소방 및 진화대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마지막 남은 잔불을 완전히 잡을 때까지 철저히 관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203개 면적을 태우고  약 24시간만인 29일 오전 11시 40분경 주불이 잡혔다고 산림청이 이날 발표했다.

 

특히 불은 육군 50사단 장병 26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잔불 제거에 나섬으로써 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산불 영향구역은 145㏊로 축구장(7140㎡) 203개 면적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다행히 없었지만 보광사 대웅전을 비롯해 자동차정비소 등 6곳의 시설물 9개 동이 불에 탔다.

 

남성현 산림청장은이날 브리핑을 통해 산불 원인에 대해 “야산 인근 공사장에서 용접하다가 불티가 튀어 산으로 날아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남 청장은 “예년에는 5월엔 풀이 올라와 산불 위험이 높지 않았는데 올해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됐고, 동해안의 지형적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불에 잘 타는 소나무 등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울진 지역에는 지난 3월에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 2만여㏊가 잿더미가 됐는데, 이번 산불은 산림청이 산불 통계를 데이터화한 1986년 이후 5월에 발생한 대형산불 4건 중 가장 늦은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산불이 난 것은 왜 그럴까. 우선 기후와 지형 조건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산악지역의 울진이 강풍으로 인해 그만큼 산불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산불은 가뭄과 강풍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산불도 5월의 강수량이 예년의 28%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봄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면 산불이 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동해안은 지역 특성상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국지적 강풍이 산불 확산에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봄철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하면 강원 지역으로는 따뜻한 서풍이 부는데, 이때 강원 지역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게 돼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위의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고온 건조한 빠른 풍속의 바람으로 변해 화재가 나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번진다는 것. 

 

남성현 산림청장은 "울진 지역은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많이 분포된 것도 화재가 잘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시사했다. 기름 성분이 많은 송진은 한번 불이 붙으면 휘발성과 폭발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산림의 수종 변경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 안전 전문가들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지역 특수상을 감안한 대책과 소방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며 "특히,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 주민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만큼, 더욱 세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