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 합의 끝내 불발…27일부터 '50인 미만' 적용된다

여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놓고 대립하다 협상 결렬…네탓 공방
유예 연장 불발에 오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책임 강화…안전관리자 확보 등 추가 의무는 없어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중대재해법 유예'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 여야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게 됐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회동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2년 유예 법안의 25일 본회의 처리 문제를 놓고 논의했었다. 그런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는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의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의 표심만 의식하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합의가 불발되자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였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오늘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될 일은 없다"며 "민주당은 민주노총이 반대하고 있으니 유예 법안을 처리하기 싫어서,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것을 조건으로 들고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오늘 법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제가 이야기한 조건에 대해 어떤 것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으로, 오는 27일부터는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국민의힘은 대다수 중소기업이 현장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시행을 2년 더 유예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법 적용 유예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5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에 계류된 채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여야는 그간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발표, 2년 유예 후 법을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약속을 3대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와 정부가 산업재해예방에 투입하는 예산의 규모를 1조2천억원에서 최대 2조원가량으로 늘리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논의가 멈춰섰다.

 

특히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하지 않으려 새로운 조건을 들고나온 것"이라 주장했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법 시행 유예 얘기를 꺼낸 초창기부터 제시했던 안"이라고 반박하면서 끝내 협상이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에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총선에서 각자 경영계와 노동계 표심을 의식하느라 애초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계 등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중대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최대 징역형을 받는 법안까지 통과된다면 중소기업들이 '줄폐업'에 나설 것이란 논리를 펴며 법 시행 유예를 촉구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시행이 예고됐던 법안을 또다시 유예한다면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민주노총은 유예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본관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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