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어 "83만이 넘는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를 외면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기보다 내실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동안 시범적으로 대현 건설사에 한해 부분적으로 시행된 이 법이 내년 1월을 기해 전면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이 법을 적용받는 중소 건설사들(50인 미만)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2년 유예 방안을 담은 개정안이 처리될지 주목되고 있는데 중소 건설사는 전면 시행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적용을 받는 대형 건설사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 법을 시행한 후 사고가 오히려 증가했는데, 내년부터 중대재해로 처벌받은 곳의 시공능력평가 점수를 깎는 등의 조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고 방지를 위해 철저히 대비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이긴 하지만, 건설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한계에 부딪치고, 따라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회사 오너가 책임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사고 예방에 소홀한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 법안 공포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오는 29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기보다 내실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같은날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등 노동계는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노동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적용 유예 연장을 반대하고 개정안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산재 사망자는 459명으로 1년 전보다 51명(-10%) 줄었다. 다만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중 건설업의 경우 사망자가 오히려 15명 늘어난 97명으로 집계됐다. 사고건수도 74건에서 95건으로 28.4% 증가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올해는 공사금액 100억~800억원의 대규모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났다"며 "처벌 회피를 위한 보여주기식 서류 작업만 하고 실질적인 안전관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