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중대재해 감축 청사진...현장 실현의지에 초점 맞춰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고용노동부가 오는 30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청사진)에는 ‘위험성 평가 강화’를 추가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기업 스스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자율적 안전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자는 해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고 끝에 올해 1월 27일 발효됐음에도 여전히 법 시행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가운데 다시 시행령 일부를 수정하려는 정부의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청사진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서 위험성 평가가 중심이 되는 방향이라는 보도이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 적정한 예방조치를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도 명시돼 있지만 법 시행이후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법이 시행된 이후 1~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483건으로 5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준과 비교해 사망자는 8명이나 늘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방임이 여전하다는 수치이다. 부상과 사망사고 원인도 다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노사 양측은 서로 네 탓 공방뿐이다. 법 조항이 모호하고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경영자측과 법 적용을 엄격히 하지 않고 있다는 노동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사고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났음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최고 책임자를 재판에 넘긴 사건은 4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노동계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로 인한 재해는 제품으로 치면 불량품이라 할 수 있다. 불량품을 0%로 줄이는 끊임없는 도전은 노사가 따로 없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해야한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이를 물어 최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 따로 현장 따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10.29 이태원 참사처럼 사전 징후가 예견됐고 수차례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350여명이라는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중대시민재해도 포함돼 있었지만 안전사고 불감증이 빚는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산업현장의 사고 사망자가 510명인데도 법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고작 4명에 불과한 것이나 이태원 참사가 1개월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책임지려는 책임자가 없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1년도 안 돼 시행령을 손보려고 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더 엄격한 시행령이 나와야 마땅하다. 산업현장의 불량률을 줄이자는 데 노사가 이견이 있을 수 없어야 한다. 산업현장의 사건 사고로 인한 사상자 발생은 불량품중 최고라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법이 아니다. 기존에 법이 있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더 강화시켜 최고 책임자 처벌에 방점을 둔 것이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들에 대해 형사 처벌과 함께 벌금형으로 책임을 묻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이나 다름없다.

 

법이전에 노사가 사고를 줄이기 위한 빈틈없는 실천이야 말로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부 시행령은 여기에 구체적인 대안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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