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법 위반으로 첫 기소된 두성산업이 법률에 위헌적 소지가 있음을 들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한 범죄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 규정 등을 볼 때 위헌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중대법 제정은 물론,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들어 사업주 측에서 그간 문제를 제기해왔던 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양측의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두성산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이런 이유를 들어 국내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창원지방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 재판은 일시 중단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콘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중대법 위반 등으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올해 2월 소속 근로자 10여명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독성간염에 걸렸는데, 회사가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기소의 핵심 요지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2호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그러나 두성산업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고도한 형량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해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중 제1호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하나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한다.
이에 대해 두성산업 법률대리인은 화우는 해당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정의나 '재해예방에 필요한 체계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의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 위험이 있다고 본다.
또한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형사책임이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중대법 6조에 따르면, '동법이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종사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및 처벌 등에 비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을 포함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등의 처벌과 비교해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해 평등원칙 또한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보다 더 죄질이 무겁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적 공감대와 목적의 정당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정의 추상성, 불명확성, 지나친 중벌주의 등과 관련해 학계와 법조계에서 위헌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법집행기관인 검찰 내에서도 현직 검사장이 위헌성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안창호 화우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한 범죄구성요건과 과중한 형사처벌 규정 등 위헌성이 확인됐다"며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하도록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돼,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보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창원지법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제청을 할 경우 바로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할 경우 변호인단은 별도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두성산업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법의 위헌 여부를 헌재에서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은 두성산업의 위헌제청 신청을 즉각 기각하고, 경영계와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법 무력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1명의 노동자 사망에 평균 400만원의 벌금으로 말단 관리자와 노동자만 처벌 받는 상황에서 이번 행동은 후안만치한 것으로, 노동자 죽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법기술을 동원하는 로펌들의 행태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