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김세미 기자 |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수소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깊숙히 침투해, 누구나 그 친환경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빠르게 마련하겠다며 이같은 '수소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를 이른바 '수소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언한 것이다.
정 회장은 7일 그룹의 수소 에너지 역량을 모두 쏟아부은 행사인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 기조 발표자로 나서 이러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은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며 "이를 위해 가격과 부피는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크게 올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 상용차 대중화를 통한 전 지구적 배출가스의 저감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이미 출시된 모델을 포함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다. 특히 앞으로 대형 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 배출가스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t 이상의 수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상용차를 앞세워 연 40만대에 이르는 유럽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2030년 전 세계 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소형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장 5~7m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PBV(목적기반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향후 상용차 부문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까지 결합해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통상적으로 평균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훨씬 긴 만큼 차량당 배출하는 탄소량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상용차에 연료전지를 선제적으로 탑재함으로써 배출가스를 대폭 줄이고 범지구적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도 최초 공개됐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와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2대의 '이-보기(e-Bogie)'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져 있는 신개념 운송 모빌리티로, 일반 트레일러보다 좁은 반경으로 회전할 수 있다. Bogie(보기)는 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를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레일러 드론이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이-보기는 콘테이너 트레일러와 별도로 운행할 경우 화물운송·건설·소방·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외의 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겠다"며 "트램·기차·선박·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택·빌딩·공장·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급과 200㎾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재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은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제품이다.
100㎾급 연료전지시스템은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였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 정도 강화했다. 내구성 역시 2배~3배 높인다. 향후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50만㎞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을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이다. 2030년께는 가격을 더욱 낮춰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도록 할 방침이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형태로 응용할 수 있다.
'파워 유닛 모듈'은 MW(메가와트)급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시스템으로, 100㎾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여러 개 연결해 500㎾, 1㎿ 등 다양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이 큰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공급된다.
마찬가지로 이 시스템이 적용될 '플랫형 연료전지시스템'은 두께가 25㎝ 정도에 불과해 평평하고 높이가 낮은 공간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차량 상부나 하부에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하며 향후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MPV(다목적 차량), 버스, 트램, 소형 선박 등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그룹이 개발 중인 새로운 수소모빌리티와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특히 수소차에 전기차의 강점을 융합한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가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비전 FK에는 연료전지와 고성능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이 결합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목표는 600㎞에 달한다. 출력은 500㎾ 이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미만으로 수소차로도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이 외에 '레스큐 드론', 'H 무빙 스테이션', 재난구호차량 등 다양한 모빌리티들을 선보였다. '레스큐 드론'은 수소연료전지 이-보기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이 결합된 모빌리티다. 드론을 띄워 재난현장을 촬영하면서 방수총을 가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한다.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이 모두 가능하고, 제자리에서 돌거나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크랩워크를 구현할 예정이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50~500㎞ 정도다.
'H 무빙 스테이션'은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설비가 장착된 이동형 수소충전소로, 현대차가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충전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 투입돼 수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할 예정이다.
재난구호차량은 연료전지와 전기 충전기가 사륜구동이 가능한 험로 주행용 차량에 결합한 모빌리티다. 수소로 발전을 한 뒤 재난지역 및 험지 등에 전력을 지원한다. 긴급하게 전기차를 충전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며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현대차그룹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친환경 시대를 앞장서서 준비했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 FCEV를 선보였다. 2018년에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2020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