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어' 위한 마스크, 폐기물로 지구 '공격'한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의료·마스크 폐기물 증가
지자체·대기업 뛰어들어 ESG 환경 조성 나서

 

한국재난안전뉴스 노혜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로나 관련 폐기물이 지구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만든 물건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어디서나 흔하게 발견되는 마스크 쓰레기다. 코로나 창궐 2년 째,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숨쉴 구멍을 찾았지만 지구는 아직까지 편히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쓰레기는 450년간 분해되지 않는다고 하니, 지구 오염의 또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른 셈이다.

마스크 쓰레기와 함께 부상한 골칫거리는 의료 폐기물이다.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것들이 많는데다, 감염 등의 이유로 여느 플라스틱과 달리, 재활용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환경 파괴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국 환경당국 등에 따르면, 2020년 3월에서 2021년 11월 사이에 내부비상계획에 따라 조달된 개인보호장비(PPE)의 의료 폐기물은 약 8만7000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외부에서 임시방편으로 조달된 코로나19 비품이나 일회용 마스크처럼 일반 대중들이 사용한 후 폐기하는 것들은 고려되지 않은 수치다. 

 

또한 2600톤의 비감염성 폐기물(주로 플라스틱)과 73만1000리터의 화학 폐기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1억4000만개 이상의 테스트 키트가 코로나로 인해 출하됐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80억회 이상의 백신이 투여돼, ▲주사기 ▲바늘 ▲안전 상자 형태로 14만4000톤의 추가 폐기물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환경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총 폐기물 발생량은 1억9546만톤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254만톤으로 전년대비 6.6%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배달·택배 수요 증가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폐기물을 포함한 의료폐기물은 1만4281톤을 기록해 전년보다 늘어났다.

 

UN과 각국이 개인 보호 장비 공급을 확보하고 품질을 보장하는 당면 과제와 씨름하면서, 이 폐기물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에는 소홀해진 셈이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사이 환경문제는 주요 이슈에서 배제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보건 전문가는 이런 행태를 지적하며 “개인의 보호는 매우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의료 종사자를 위한 지침을 포함해,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의 환경보건 전문가는 “의료 폐기물 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전 세계에서 병원 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변화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는 기후 스마트 의료 시스템의 기본 요구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마스크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지자체와 기업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아파트 단지 등 여러곳에 수거함을 설치해 마스크를 수거하고, 소독한 뒤 공정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재료로 재활용해 의자나 반려동물용품 등, 물건으로 다시 제작하고 있다. 용인시는 폐마스크 재활용을 통해 생활 폐기물을 감량하고 환경오염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대기업들도 의료 폐기물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지역 거점 폐기물처리 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의료 폐기물 분야에도 진출해, 의료 폐기물 소각 기업 ‘디디에스’를 시작으로 ‘도시환경’, ‘이메디원’을 나란히 인수했다. 중소업체로 구성됐던 폐기물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대형업체로 개편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친환경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대기업들의 발판이자 ESG 경영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WHO 전문가들은  “개인 보호 장비를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폐기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더불어, 비용을 절감하고 잠재적인 공급 부족을 줄여, 행동 변화를 통해 더 꼼꼼한 감염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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