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 상명하복식 시스템으로 재난 또 반복된다

재난대응 방침과 대책, 예산 정해놓고 지자체가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현재 시스템
현장 대처 미흡 구제 타이밍 놓칠 우려...효과적인 재난 대응 매뉴얼 다시 짜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올해 장마는 행정부의 일 처리 방식과 절차가 무시돼 더 많은 인명 패해, 재산 피해를 냈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이 지시하면 지방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보니 현장 대처가 미흡하고, 구제 타이밍도 놓친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졌는데 중앙에 보고하고, 그후 중앙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 이어져오고 있다 보니 현실적 판단이 아니라 비현실적 대처가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 청주·경북 예천 등 이번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많은 지역의 경우 모두 지자체의 초동대응 실패가 1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앙 정부가 재난대응 방침과 대책, 예산 등을 정해놓고 지자체가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현재 시스템에선 효과적인 재난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요즘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특정 지역에 기후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즉각적인 재난 선포와 구제가 나가야 하는데 관계자들이 중앙에 보고하고, 중앙은 매뉴얼대로 지시를 내리면 그만큼 타이밍을 놓친다. 

 

앞으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에 실질적 권한을 주어 신속히 대처하는 자체 역량 및 책임감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자체의 인건비 총액은 행정안전부가 정한다. 지자체 마음대로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개별 지역의 지형, 하천, 인구 등의 구조가 달라, 개별적으로 필요한 예산도 다르다. 한정된 인력은 자치행정과 민원 대응 분야 등에 우선 배치되고, 재난 분야는 뒷순위로 밀린다. 인력 배치가 이러다보니 재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한 기초단체 방재담당자는 “이번 사고가 ‘소극행정’ 때문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상황관리요원 한두명 늘리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게 많은 지자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난담당부서 인력이 3~4명인 곳도 있다. 이들이 봄·가을 산불대응, 여름 호우·태풍 대응, 겨울 폭설 대응에 나선다”고 했다.

 

2018년 한국방재학회가 행안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전국 지자체 재난담당 공무원의 평균 근무기간은 1.1년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잦은 순환보직과 재난업무 기피로 현장 대응수습 역량 부족”을 지적했다.

 

또 비인기 과로 인식되니 공무원들이 기피하고, 배치되더라도 하위직급으로만 채용돼 결정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순환보직도 이뤄지지 않아 타 부서와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실제로 청주시 방재안전직원은 이번 사고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인근 미호천 홍수 위험이 시에 통보된 사실도 몰랐다.

 

지자체들은 스스로 재난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부족한 인력, 빠듯한 예산, 재난담당자의 열악한 처우와 격무, 중앙에 종속되는 재난대응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는 한 역량을 키워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해당 공무원은 “사고의 초동 대처는 지자체가 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과 전문가, 예산 등은 지자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하에선 책임은 지방에 전가하고,  사고 수습은 더디 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계획이 있다면서 "국가 재난안전 계획에 지방 역량 강화 방안이 우선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난사태 선포 권한을 행안부 장관만 갖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도지사에게까지 확대하고, 지역 경찰과 소방을 동원·총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항상 그렇지만 답은 현장에 있다. 무엇보다 현장 중심의 재난안전 대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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