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이 망신주기 도구로"...기업들 '부글부글'

보도자료 배포하려면 객관적 근거 등에 의해 이뤄져야
'기소의견'을 '확정판결'로 받아들여지는 꼴.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특별한 잘못이 있으면 법적 처벌을 하든지, 주의를 주든지, 아니면 적절한 예방조치를 컨설팅해주든지 할 일인데요. 뭣하나 잡았다고 이걸 보도자료를 내서 언론에 배포하면 그게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부 당국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이런 선을 넘어서 관계당국이 이런 내용에 대해 과도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업무실적을 올리는 도구를 활용한다면 이는 '갑질'인 게 분명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특별근로감독 실태 자료에 따르면, 그 실태조사의 본래 취지를 넘어서 당국의 실적 홍보 수준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특별근로감독 횟수는 올 8월 말 기준 총 35건을 기록해 지난해 29건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별근로감독은 2017년 30건, 2018년 25건, 2019년에는 23건이었다. 


특별근로감독은 내년 1월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해 가장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중대재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부 직권으로 실시하는 조사다. 

 

이 자료를 보면,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해당 기업에 개별 통보하는 것 외에, 이런 내용에 대해 해당 기업의 의견을 제대로 묻거나 해명도 듣지 않고, 보도자료 형태로 일반에 공표하는 횟수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치면, 법원의 판결도 나지 않는, 검찰의 기소 의견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김 의원은 “과거 1년에 1~2건에 불과하던 보도자료 공표 횟수가 지난해 7건으로 늘더니, 올해는 벌써 25건까지 증가했다”면서 “이같은 행위는 행정력을 앞세운 기업 망신 주기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보도자료 배포 기준도 사법조치 건수나 과태료 등 처벌 수위에 근거하지 않고, 고용부 임의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면 특정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부서장이나, 대변인, 혹은 그 윗선의 판단 등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발표 내용 중 일부는 기업 문화나 조직구성 개선을 요구하는 등 경영 개입 수위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최근 한 건설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아직 시행되지 않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근거로 기업의 안전 기준과 대표이사·경영자의 관리감독, 기업 문화를 지적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맞다면, 내년 1월 시행될 법을 소급 적용하는 꼴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영을 하려면 예측가능해야 하고, 정부도 자료를 내려면 특정 기준에 따라 해야 하는데, 임의적 판단에 이뤄지는 것이 많다"며 개관적 근거에 입각한 정책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노동관계법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피해 확산 방지, 국민의 알권리 제공을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