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처벌법 '직업성 질병' 적용사례까지...감염병도 예의주시

직업성 질병..화학물질부터 매독, 에이즈 등 광범위
예방노력 주의 기울여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최근 경남 창원 소재 두성산업(에어컨 부품 제조기업)에서 독성물질로 인한 근로자들의 급성 중독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적용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골재 채취장의 토사 붕괴로 인해 중대처벌법 적용의 첫 사례가 된 의정부 삼표산업를 비롯해 여주NCC 공장 폭발 사례 등과 같은 사고 사례와 달리, 이번 중대재해는 화학물질 등 유해(有害)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같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임에도 다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끼임과 낙상 등으로 인한 기존의 중대재해를 넘어 각종 화학물질과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 질병을 포함해 간염, 열사병 등까지 광범한 만큼, 기업과 공공기관을 포함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입장에서는 보다 포괄적인 중대재해 예방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 적용의 유해요인이란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의 원인으로 열거하고 있는 각종 화학적 유해인자 유해 작업 등을 말하는데, 예컨대 유해인자라고 하면 ▲염화비닐ㆍ유기주석ㆍ메틸브로마이드(bromomethane)ㆍ일산화탄소 ▲납 또는 그 화합물 ▲수은 또는 그 화합물 ▲크롬 또는 그 화합물 ▲벤젠 ▲이산화질소 등을 말한다. 

 

아울러 유해작업이란 ▲보건의료 종사자의 종사 작업(혈액 관련)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습한 상태에서 하는 작업 ▲오염된 냉각수에 노출된 장소에서 하는 작업 ▲공기 중 산소농도가 부족한 장소에서 하는 작업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 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 등이다. 

이중에서 유해요인이 동일해야 하는데, 이때의 동일성이란 노출된 각 유해인자와 유해물질의 성분 작업의 양태 등의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다수의 종사자에게 발생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의 발생 원인이 동일하다고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경우라면 각 종사자 간에 유해요인 노출 시기나 장소가 다르고 직업성 질병의 발병 시기가 상이하더라도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번 두성산업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조사에 착수해 작업환경측정과 보건진단명령 등을 실시한 결과, 71명 임시건강진단 대상자 가운데 16명이 지난 16일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노동부는 판정이 나온 당일 두성산업 내 세척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급성 물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있는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인 ‘트리클로로메탄’으로, 무색의 휘발생 액체인 트리클로로메탄은 주로 전자제품 부품 세척액으로 사용되며 일정 수치 이상 올라가면 간 수치 이상 및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으로 흡수돼 호흡기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며, 근로자들이 에어컨 부품 세척액을 쓰는 과정에서 급성중독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직업성 질병이 이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것만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직업성 질병이란 작업환경 및 일과 관련한 활동에 기인한 건강장해를 의미함 작업환경 및 일과 관련한 활동이 유일한 발병 원인이거나 그 원인이 되었을 것이 유력한 질병으로는 ➊중금속ㆍ유기용제 중독 ➋생물체에 의한 감염질환 또는 ➌기온 기압 등에 기인한 질병 등으로, 화학 물질 뿐만 아니라 감염병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일산화탄소, 수은, 크롬, 벤젠, 카드뮴 등 우리가 일부적으로 알고 있는 급성 중독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간염(B형, C형), 매독,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혈액 매개 질병 ▲습한 것에 작업해 발생할 수 있는 렙토스피라증 ▲동물성 물체를 취급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탄저, 브루셀라증 ▲오염된 냉각수로 인한 레지오넬라증 ▲조선, 철강, 화학 공장 등에서 폭염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열사병 등이 모두 직업성 질병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전방적으로 위해 요인이 많은 것으로, 근로자 안전을 넘어 '경영진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두성산업에서 직업성 질병으로 발생한 중대재해 문제는 결국 중대처벌법 대상이 단순히 사고를 넘어 각종 화학물질 및 감염병 이슈까지 포괄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업종과 넘어 어느 곳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근로자는 물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예방 노력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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