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났다 하면 대형사고...부천 화재사고에 이어 이번엔 안산서 5명 사망

스프링클러 없는 모텔…숙박업소 대부분 화재에 취약
2018년 이전 준공 소규모 건물은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안돼
안산서 승합차-버스 충돌 일나가던 일용직 5명 사망...사망자 중 3명 중국인
인력업체 승합차, 교차로서 버스 충돌후 전복...중경상 9명중 1-2명 위독
미연에 사고 막을 수 있는 안전 시설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다.  23일 경기 부천시 중동 소재 관광호텔에서 화재사고가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게 부상을 당했다. 24일에는 경기 안산시에서 승합차와 버스가 충돌해 일나가던 일용직 5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크게 다쳤다. 이중 1-2명은 생명이 위독해 사망자가 더 나올 우려가 있다.

 

이같은사고는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에어매트 부실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했고, 호텔 내부에 스프링쿨러 시설이 없어 사고를 키웠다. 만약 스프링쿨러가 작동했다면 이같은 대형 사고는 막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남겨주고 있다.  
 

7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은 준공된 지 20년이 되는 건물이어서 스프링쿨러 서설이 장치되어있지 않았다. 당시엔 이런 소방 시설에 대한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따라서 부천 호텔과 같이 오래 전 준공된 숙박업소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유사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8년 이전에 10층 이하 숙박업소 건물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에 따르면 호텔·여관 건물은 1992년 소방법에 따라 지상 11층 이상 객실에만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후 관련법 개정으로 2018년에 6층 이상의 호텔·여관에 전체층 설치 의무가 적용됐으나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았다.

 

이번에 불이 난 지상 9층짜리 부천 호텔도 20년 전인 2004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1월 방화로 인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 여관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탓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 같은 해 11월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때도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대응에 차질을 빚었다.

반면 의무 설치 규정이 적용된 건물에서는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화재 확산을 막은 사례가 많다.

 

전날인 23일 오후에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아파트의 실내 에어컨에서 불이 났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일을 막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대형 쇼핑 시설에서 불이 났을 때도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15분 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래된 숙박업소에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을 소급 적용하고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19년 거동이 어려운 환자 등 '피난 약자'가 있는 일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기도 했다.

 

화재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병원이나 노인시설 등 피난 약자가 있는 곳에 보통 소급 적용이 돼 있는데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숙박업소 투숙자도 피난 약자로 봐야 한다"며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편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교차로에서 인력업체 소속 스타렉스 승합차가 버스와 충돌한 뒤 전복하는 사고가 발생해 모두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께 안산시 상록구 이동 단원미술관 사거리에서 수인산업도로 방면으로 직진해 교차로를 지나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옆에서 달려오던 통근 버스와 충돌했다. 이날 사고는  스타렉스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전복되며 튕겨 나가 반대 차선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와 부딪힌 뒤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스타렉스 차량에 있던 중국인 3명과 한국인 2명 등 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스타렉스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40대 A씨 등 나머지 7명도 중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1-2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도 다쳐 치료받았다.

 

통근 버스에는 모두 7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차량 모두 음주운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승합차는 안산 단원구의 한 인력업체 소속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들은 일용직 노동자들로, 새벽부터 인력업체를 통해 근로 현장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타렉스 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채 교차로에 진입했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CCTV 등을 다각도로 살펴 사고 경위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내려진 가운데 이같은 불의의 사고들이 잇달아 일어나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는데, 무엇보다 미연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중이 투숙하는 숙박시설의 경우, 스프링쿨러 등 소방안전 시설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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