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촉발된 고령운전자에 대한 배제, 과연 옳은가

"가해자의 연령에 집중해 모든 것이 노령 때문이라는 논의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 비하' 변질 우려도...가해자 나이로 탓 말고 근본 원인·대책 찾아야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강화, 70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 의무화,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기술적 보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최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승용차 역주행 사고로 촉발된 고령자 운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이 든 운전자의 면허장을 취소해야 한다, 노인 차량운전 제동 걸라" 라는 등의 비판이 있고,  "'틀땩' 노인은 집에" 라는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ㅏ오고 있다.  

 

서울 시청역 승용차 역주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밤 가해 차 운전자 차모(68)씨의 나이가 밝혀진 직후 고령운전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는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강화, 70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 의무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기술적 보완 등에 대한 논의로까지 번졌다.

 

이러한 논의는 고령화 흐름 속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는 보완책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누리꾼이 고령층을 겨냥한 비하 표현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칫 '노인 혐오'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주행 사고를 다룬 기사 댓글에서는 "늙은이들 면허 박탈해주세요", "노인네들 운전대 잡지 맙시다, "택시 기사들 다 노인들이라 타기 겁난다" 등의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대 갈등을 넘어 고령자와 청장년의 '목숨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댓글도 여럿 눈에 띈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노인이 창창한 가장 9명을 죽였다." 같은 식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오로지 운전자의 나이에서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학자들은 "사고는 안타깝지만 그 원인을 가해자의 연령으로 환원시켜 모든 것이 노령 때문이라는 식의 논의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같은 사고방식의 배경에는 생산성 여부로 가치를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있다는것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경우 생산이란 가치에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노인이란 집단이 '짐이 되는 존재'로 범주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고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운전 문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출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 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교통사고 전문가 대부분은 시청역 사고의 원인을 고령운전에서 찾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을 고령운전자 문제로 볼 만한 부분은 없다"는 분석이다. 영상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고령운전 문제로 꼽히는 신체 반응속도의 감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은 필요하지만 시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은 고령운전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70세라 해도 신체 나이는 40∼50대인 사람도 있다. 수명 연장인 시대에 무조건 나이가 많다고 면허증 반납을 강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률적으로 나이 제한을 할 것이 아니라 적성 검사와 교육을 통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노인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을텐데도 노년층에 대한 '틀딱' 공세와 함께 노년 운전자가 젊은 유망한 사람들을 죽였다는 식으로 반감과 증오를 보내는 것은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배척해야 할 문제다. 근본 대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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