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사회에서 CEO 평가·보상 정한다"…ESG의 'G'에 초점

최태원 회장 3차례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 지배구조 혁신 등 제시
지배구조 투명성 통해 시장의 장기 신뢰 확보 예상...지배구조 모범사례 기대

한국재난안전뉴스 김세미 기자 | SK그룹(회장 최태현)이 '미래 경영'을 보다 빠르게 현실화시키기 위해 지배구조 혁신차원에서 이사회 경영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를 만들기로 했다. 당장 올해말부터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의 평가 및 보상을 결정하게 된다. 
 

11일 SK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SK㈜ 등 13개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이사회 역할 및 역량 강화, 시장과의 소통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의했다.

 

거버넌스 스토리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 곧 지배구조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전략을 말한다. 최 회장이 올해 초 주요 경영화두로 제안한 이후 각 사별로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3차례에 걸친 오랜 토론 끝에 SK의 각 관계사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외이사 역량 강화 ▲전문성 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 발굴 ▲회사 경영정보 공유 및 경영진과의 소통 확대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지난 7일 열린 3차 워크숍에서는 SK㈜ 등이 올들어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각각 신설해 ▲대표이사 평가 및 후보 추천 ▲사내이사 보수 적정성 검토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 핵심 경영활동을 이사회에 맡기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고 있는 데 적극 공감하고, 다른 관계사 이사회에도 이런 방안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이번 연말부터 CEO 평가와 보상을 각 사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화상회의 등 비대면으로 이뤄진 이 워크숍에서 사외이사들은 보다 투명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고, 최태원 회장과 관련 CEO들이 내용을 공유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인 김종훈 사외이사는 지난 7일 3차 워크숍에서 “사내이사들은 CEO와의 관계 등으로 경영권 감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문성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 이사회 주주소통위원인 이찬근 사외이사는 “국내외 주주 및 투자자 등을 만나보면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이해 충돌 여부, CEO 평가 및 보상 프로세스 등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충분한 소통과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며 투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도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CEO와 함께 IR 행사(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워크숍을 계기로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1, 2차 워크숍을 통해 “각 사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지배구조 투명성은 이미 가사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권한 및 사외이사 역할 강화 등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17개 관계사 중 증시에 상장된 10개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60%에 가깝고, 이 중 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SK㈜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최태원 회장과 이찬근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열린 SKC 이사회에서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와 추진한 합작법인 투자 안건이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우리나라 상공인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만큼, SK그룹이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도약시킨다면, 우리나라 기업 전체에도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