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동반 호우... 230년 된 오리나무 밑둥 잘려나가

정전· 제방 무너짐 등 사고 잇따라…집중호우에 일부 지역 산사태 예보
비가 멎었어도 많은 비 내린만큼 산지,제방, 축대 무너짐에 철저 대비해야
강원·충청 강하고 많은 비…지자체별 호우 대비 총력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23일에도 강원과 경기·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경기 북부지방 곳곳에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정전·고립 피해가 속출했다. 230년 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리나무가 밑둥이 잘려나간 사고도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비가 그쳤더라도 그동안 많이 비가 내린 관계로 산지가 젖어있어 경사지는 무너질 수있고, 축대와 제방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보고, 비가 그쳤더라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3일 경기북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리나무가 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소방 당국과 포천시에 따르면 23일 오전 1시께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의 오리나무가 강풍과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포천시가 현장답사에 나갔지만 나무는 이미 밑동이 부러진 상태였으며, 나무를 지지했던 철근 지지대도 쓰러져 있었다. 높이 21m, 둘레 3.4m에 이르는 이 나무는 230년 이상 된 국내 최고령 오리나무로, 2019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통상 오리나무의 평균 수령은 100년을 넘지 못하지만, 이 나무는 초과리 마을 앞 들판에 자리 잡고 정자목과 같은 역할로 마을주민들의 쉼터로 오랜 세월 보호해왔다. 포천시와 국가유산청은 현장에서 오리나무 복원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이미 뿌리가 부러져나가 복원이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오리나무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며, 다음 주 주민들을 초청해 위로제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길어지는 집중호우로 충남 서산·당진, 강원 철원·평창, 경기 연천 지역에는 산사태 예보가 내려져 산림 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각 지자체도 기상 상황을 주시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 66㎜를 기록한 경기 지역에서는 곳곳에서 강풍과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3일 오전 3시 이천시 마장면 기아교 인근 도로 80m 구간이 침수됐고, 과천 갈현삼거리 학의JC 부근도 물에 잠겼다.

 

남양주에서는 이날 오전 1시 강풍에 나무가 넘어지면서 퇴계원 일대 20가구에 한때 전력공급이 중단됐다가 복구됐다.오전 0시 10분께 가평군 대곡리 가평역 사거리 인근에서는 난무가 도로로 쓰러졌고, 가평군청 근처에서는 1시 7분께 현수막 게시대가 강풍에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경기도는 이번 비로 오전 7시 기준 주택 침수 9건, 도로 장애 61건, 도로 주차장 배수 10건 등 94건의 피해가 발생해 조치했다고 밝혔다.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서서히 상승해 이날 오전 0시 10분 4m를 넘어섰으며 오전 7시 기준 5.15m를 기록했다.임진강 유역은 필승교 수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홍수 관리를 한다.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하천 행락객 대피, 2m는 비홍수기 인명 대피, 7.5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 단계, 12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 단계가 각각 발령된다.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강원 지역에서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서면 당림리 일대에서 408가구가 정전됐다.  정전이 3시간여만에 복구됐지만 70가구에는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같은 날 오전 0시 20분께 신동면과 사북면 일대에서도 992가구가 정전돼 3시간 30여분 만에 복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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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인천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이날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모두 58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미추홀구 주안동에서는 빌라가 빗물에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에 나섰다.부평구 갈산역 인근에서는 간판이 떨어졌으며 미추홀구 주안동에서는 맨홀 뚜껑이 열려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했다.


 

연일 내린 집중호우로 산림 당국은 일부 지역에 산사태 예보를 내리고 주의를 당부했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2분을 기해 충남 서산에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또 전날부터 현재까지 충남 당진,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과 평창 등 4곳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전날 오후 9시를 기해 수도권 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하고, 나머지 다른 지역에는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 중이며, 31개 시군에서는 1300여명이 비상근무를 했다. 농어촌공사도 극한 호우에 대비해 비상 1단계 근무를 유지하며 저수지 수위, 방류량 관리, 주민 대피 등에 대비하고 있다.강원도도 이날 오전 8시까지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운영했다.강원도는 원주 치악산과 화천 산책로 통행을 제한하고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횡성 오산교 현장 순찰을 강화했다.

 

많은 비가 내리자 최북단 북한강 수계 댐은 수위 조절에 나섰다.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춘천댐과 의암댐 수문을 열고 각각 초당 800t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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