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노혜정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 법은 사망자 1명 이상이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중대 인명 피해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을 처벌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에 대해 기업들의 우려와 두려움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지정될만한 사건만 10건 가량 발생했다.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판교 승강기 근로자 추락 ▲여수 공장 폭발 ▲창원 세척제 급성중독 ▲동해공장 노동자 작업 중 추락 ▲현대제철 당진공장 근로자 사망 ▲새만금 굴착기 기사 사망 등이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확인해보면,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자는 42명에 이른다.
근로자는 42명이 숨졌으나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공사비용 50억원 이상 건설현장과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은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는 영세사업자를 위한 안전장치 기반 마련을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사업장이나 인원·규모와 산업재해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사고 중 74%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해서 산업재해가 아닌 것은 아니라며, 전문가들은 법의 빈틈에 대해 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자처해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곳도 늘어났다. 대전시 교육청의 경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예방계획을 발표했다. 관할 기관(공립학교 등)을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 안전보건 관리감독자를 지정,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 관리하도록 했다. 이어 전담 인력과 안전·보건분야 전문인력을 배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위험요인 파악·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충남 공주시에서는 중대재해예방 TF팀을 만들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중대재해 대응기반 조성 ▲중대산업재해 대응 ▲중대시민재해 대응 ▲공사장 중대산업재해 대응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안전·보건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항만공사에서도 부산항 200여개 단체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온·오프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예방적·대응·법무 관점에서 설명해, 처벌법 해석과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부산항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더불어 한국전력은 대형로펌에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매뉴얼을 의뢰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진단 용역’을 검토했다. 객관적 수준에서 안전 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에 기반을 둬 중대재해 대응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 한전과 같이 대형 로펌에 의뢰를 통해 중대재해법 예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해당 의뢰가 진정한 ‘예방책’이 될지, 고액을 들인 기업들의 ‘꼼수’가 될지는 아직까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기업·근로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사업자 별 차등 적용보다는 노동 현장에 직접 귀기울이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