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화재는 치명타, 화학 물질일수록 별도 대응 안전조치 필요

화학물질의 폭발성과 독가스, 열폭주 현상으로 접근 어려워 사고 커져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 '유해화학물질' 위주에서 리튬 관리도 철저히
화성화재 부른 리튬 '일반화학물질' 분류…'관리 사각지대'
화학 공장 밀집한 산단...이번 사고 계기로 철저한 안전 점검 필요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화학 물질에 의한 화재 사고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 등이 치명적이다. 화학물질의 폭발성과 함께 독가스, 열폭주 현상 등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하지 않으면 언제든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화성 일차전지 생산공장 화재에서 보듯 리튬은 충격을 받으면 쉽게 폭발하는 데다 물과 반응해 수소와 같은 가연성 가스를 만들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어 위험하다. 가연성 가스가 만들어지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이 일 수 있다.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서 보듯 화학물질에 의한 화재는 걷잡을 수 없는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가져온다. 안전기준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24일 대규모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의 아리셀 공장은 리튬 배터리인 일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이다. 불이 난 공장 3동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천여개가 보관돼 있었다.화재는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했으며,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고 폭발도 연달아 발생한 탓에 안에 있던 다수의 작업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리튬은 상온에서 순 산소와 결합해도 발화하지 않고, 일차전지는 화재 위험성이 작은 것으로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차전지라고 하더라도 일단 불이 나면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화학 물질은 어떤 성질이건 화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고온·수증기 겹치면 '연쇄 폭발'

 

이번 화재에서 볼 수 있듯 리튬은 반응성이 큰 금속이어서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면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화재도 시작은 1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했으나, 여기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전날 화재와 같은 '금속화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백색 섬광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천도 이상의 고온을 보여 매우 위험하다.

 

전날 화재에서는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극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사용했지만,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이 경우 보통의 화재처럼 소방차에서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불을 꺼야 한다. 하지만 불길이 거세고 연기가 순식간에 내부에 가득 퍼질 경우 소방인력의 진입마저도 쉽지 않다.

 

화학 물질일수록 별도 대응 …안전기준·교육 필요

 

현재 환경부의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 등은 유해화학물질이 대기나 수계로 유출돼 인명·환경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튬을 비롯한 일반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는 소방당국을 중심으로 대응이 이뤄진다.

 

더욱이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지고,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다.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그러나 최근 리튬 배터리의 활용이 많아지면서 리튬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10월 15일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경우 이차전지이긴 하나 리튬이온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약 3300㎡에 달하는 넓은 장소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나타나면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내부 분리막이 파손되면 가스 생성 및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인접 셀이 연쇄 반응을 하게 된다.이외에도 리튬은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남 여천, 울산, 경기도 시화공단 등 화학 공장이 밀집해있다. 따라서 치명적 사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들 화학 공장들에 대한 안전 점검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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