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카오 재난안전통신망 먹통 재발방지책 철저 준수하길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먹통에는 원인이 있었다. 지난 10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이 데이터센터내 화재로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동시에 먹통사태로 이어졌다. 전원이 차단되면 작동돼야할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마저도 작동 불능이었기 때문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고 발생 53일 만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소재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상전원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같은 장소에 설치한 것이 문제였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도 UPS는 정상적으로 작동해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설치돼 UPS까지 작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등 핵심 기능을 맡은 서버들이 판교데이터센터 한 곳에 집중돼 있어서 전원이 차단되자 올 스톱 된 것이다. 완전 복구까지 127시간 30분이 걸린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례만 10만5000여 건이다. 카카오톡은 핵심 설비를 한 곳에 집중했고 국민은 카카오톡을 초연결망으로 이용하다보니 그 피해는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내용과 카카오측의 사고 원인 발표에는 데이터센터 문제 발생시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훈련도 없었다고 한다.

 

카카오 먹통이후 2주일도 안된 지난 10월 29일 이번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긴급한 재난에 국가 관련 기관들이 합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동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도 먹통이었다. 적기에 대응해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훨씬 지나고서야 겨우 보고가 대통령에게 전달된 어처구니없는 사태였다. 경찰, 소방, 해경 등 재난관련 기관들이 재난 대응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전용으로 사용하는 전국 단일의 무선 통신망은 세계 최초로 2021년 4월 26일 개통됐지만 정작 상황발생시는 먹통이었다. 전 국토와 해상을 모두 포괄하는 8대 분야 333개 국가기관의 무선통신망만 정상 가동됐어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 역시 먹통 원인을 규명해야할 사안이다. 1조5천억원을 투입해서 위기 시에 총력 대응할 수 있는 무선통신망인데도 관계장관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하니 결과는 국민 참사를 불렀다.

 

투자이론 중에 포트폴리오 이론이라는 게 있다. ‘수익은 극대화하면서 위험은 최소화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으로 지난 198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는 투자이론을 쉬운 말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경영진도 이 이론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교와 대학 교과서 투자이론에 자주 인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않았다. 한 곳에 집중한데다 재난 매뉴얼도 없이 대한민국의 초신경망으로 키우는 데만 몰두했다. 문어발처럼 사업영역을 확장해서 상장을 통한 돈벌이에 혈안이된 모습 뿐이었다. 벤처 신화의 화신처럼 추앙받는 사이 먹통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127시간 30분동안 한 바구니에 담았던 계란들이 깨져서 버려야만 했다.

 

카카오측은 지난 7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서비스를 안정화하기 위해 투자를 3배 늘리고 시스템 전체를 이중화하고, 재난 복구 시스템을 3중화하겠다고 했다. 재난 등으로 데이터센터 한 곳이 무력화되더라도 이중화가 담보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핵심서비스인 카카오톡 메시지의 전송기능을 담당하는 원격지 재난복구(DR)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5년은 긴 시간이다. 당장 가능한 분야부터 개선해야 재발방지를 할 수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은 초연결로 가는데 이를 담보할 안전장치와 이를 다루는 대응훈련과 매뉴얼도 못지않게 일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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