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계도 헬기추락 5명 사망...'안전불감' 47년 된 노후기종

당초 헬기 탑승자 2명..추락 현장서 시신 3구 추가 발견
기장 A씨 비행계획에 탑승자 2명 신고..정보 누락 구명
1975년 제작된 노후 비행기..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기자 |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예방을 위한 계도 비행을 한던 민간 임대 헬기 1대가 야산으로 29일 오전 한 야산으로 추락해 기장을 비롯한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당초 비행계획서에는 탑승 인원이 2명으로 기재된 탓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추락 현장에서 시신이 추가로 확인되는 등 정보 누락이 발생했다. 

 

또한 이 민간 임대 헬기는 1975년에 미국에서 전투 헬기로 사용된 것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무려 47년 된 노후 기종이라서 안전 불감증 사고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서울지방항공청, 양양군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헬기 1대가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 A(71)씨를 비롯한 정비사 B(54)씨, 주유담당 정비사 C씨, 신원미상 2명 등 총 5명이 숨졌다.

당초 기장이 제출한 비행계획서에 따르면, 헬기에는 A씨와 B씨 2명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장에서 시신 3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정보 누락 상황이 확인됐다. 아울러 헬기가 이륙한 계류장 CCTV 확인 결과 여성 2명이 추가로 탑승한 것으로 확인돼 신원 파악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기장 A씨가 탑승자 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날 비행에 앞서 오전 8시50분쯤 양양공항출장소에 전화를 걸어 이륙사실을 통보했다. 당시 A씨는 탑승자는 2명이며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양양과 고성지역에서 산불 계도 비행을 하겠다는 계획을 유선으로 보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산림청과 지자체에 지시하고, “겨울철 산불 예방 활동을 실시하면서 민간 임대를 포함해서 헬기 사용 시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강원도소방본부 상황실에서 긴급 상황 보고를 받은 후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강풍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사고 원인 파악 등 강원도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 등은 사고 접수 뒤 현장에 소방 헬기 2대를 비롯해 구조대, 진압대, 긴급 기동대 등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을 벌였다. 사고 당시 헬기는 산산조각 나면서 불에 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이 야산으로 옮겨 붙어 0.1ha 산림이 소실되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오전 11시 20분쯤 주불을 진화했다.

 

한편, 이날 사고가 발생한 헬기는 S-58T 기종으로, 속초시와 양양군, 고성군 등 3개 시·군이 산불 예방과 진화 작업을 위해 임차한 헬기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시키사(社)의 S-58JT 기종(등록기호 HL9678)으로 1975년 2월 17일 제작됐다. 탑승 정원 18명으로 최대 이륙중량은 5681㎏, 최대 속도는 180~190㎞/h, 순항속도는 150㎞/h 정도다. 항속 거리는 700㎞에 이른다. 애초 미 해군이 대잠전(잠수함을 상대하는 전투) 항공기로 운용하기 위해 도입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엔 주로 민간 화물 운송회사에서 사용하기 위해 수입했고, 현재는 산불 진화 등에 사용 중이다. 사고 헬기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항공기 중 기령이 5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으로 우리나라에는 같은 기종 헬기 5대 정도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7년 전인 1975년 제작했지만, 국내에 등록한 건 올해 1월 1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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