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유예지 기자 |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9일 만에 서울 면적의 30% 수준을 잿더미로 만드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긴 채 진화됐다.
정부는 이번 산불 진화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해 피해 지역 복귀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가운데, '전략적 산불 진화' 전문가 육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소방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이번 울진 산불은 무려 213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지난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191시간) 시간을 훌쩍 넘어 가장 오래 탄 산불로 남게 됐다.
이날 오전 9시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장지휘본부에서 “울진 산불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며 “피해 구역이 워낙 넓어 남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경북 울진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일원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2만923ha(울진 1만8463㏊, 삼척 2460㏊), 축구장 2만 9304개 넓이에 달하는 면적이 탔다고 추정했으며 실제 피해 면적은 추후 정밀조사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31개소 등 총 643개소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집이 불에 타면서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울러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울진 한울원전 등 국가시설, 핵심 구역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한울 원전, 삼척 LNG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불영사와 금강송 군락지 등은 아무런 피해없이 지킬 수 있었다.
현재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덕구온천호텔 등 21개소에 마련된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으며, 울진군은 산불피해 이재민들을 위해 긴급복지 생계비를 지원한다.
산림당국과 경찰은 최초 발화 원인에 대해 울진 북면 두천리 한 도로변에서 불이 최초로 발생한 점을 토대로 도로를 달리던 차량 안에서 던진 담뱃불에 의한 실화 가능성 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발화지점 인근이 대부분 불에 타 현장조사를 통한 단서 확보는 물론 원인규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산림당국은 “산불이 진화된 만큼 피해 조사와 함께 실화 여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산불은 강력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등의 이유로 피해가 더욱 커졌다. 산불 발생 초기에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계속 불어 저녁 무렵 울진원전을 지나 강원 삼척 원덕읍까지 확산돼 불가항력적으로 피해 구역이 급속히 확산됐으며, 주요 시설을 우선 진화한 후에 산림지역 진화에 나섰지만, 짙은 연무와 현장의 연기로 헬지 진화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상황이다.
특히,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 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뤄져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웠으며, 로 헬기에만 의존해야 해 진화의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처럼 큰 산불의 경우에는 발생 지역 전반에 관한 지형과 지리를 비롯해 풍향, 진압인력 및 자원, 보호지역 및 자원 등에 관해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전체적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런 분야에 대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날씨 구조가 바뀌는 데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진압 인력 자원이 감소하는 점 등을 감안해 산불 진화에 대한 체계가 전쟁 대비 수준의 고도화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불 진압 최전선에 투입되는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인력 확대와 처우에 대한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