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전국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학교마다 결석 학생이 속출했다. 이에따라 보호자도 함께 감염되거나 직장에 못 나간 채 간호에 매달리는 등 감염병의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 동시 유행이 수그러들지 않는 때에 정부가 올해 호흡기 감염병의 표본감시 기관을 지난해보다 1.5배 늘어난 300개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지역별 유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유행 상황을 점검하려면 최소한 1000개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질병관리청(청장 김영미)은 10일 시·도 보건국장 회의에서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지난해 전국 195곳에서 올해 3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만1000여곳 중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원 비중이 기존 1.8%에서 2.7%로 늘어난다. 인구 10만명 당 감시 기관은 0.38개에서 0.58개로 증가한다.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 가운데 38도 이상 열이 나거나 기침, 인후통이 있는 사람을 주 1회 방역통합정보시스템에 신고하는 체계다. 질병청은 이 신고를 바탕으로 코로나19·독감 등 4급 감염병의 유행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 등을 매주 집계한다. 질병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엔 월 11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표본감시 기관이 300개로 확대돼도 감염병 예보 기능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당 평균 1.3개 정도로는 지역별 유행 징후를 감지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표본감시 기관 수는 부족하다. 질병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인구 10만명당 표본감시 기관은 4개, 미국은 0.9개로, 각각 한국의 10배·2배 수준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근 전국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학교마다 결석 학생이 속출한 바 있다”며 “보호자도 함께 감염되거나 직장에 못 나간 채 간호에 매달리는 등 감염병의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인 감염병 감시체계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역 당국은 표본감시 기관이 최소 1000곳(인구 10만명당 약 2곳)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영미 질병청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때 “감시체계 (의료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해, 지역별로 대표성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1000개 정도로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