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에 가을모기와 진드기 몰려온다

사람 물어 피부 증상과 함께 혈액 타고 균이 몸 여러 곳으로 퍼지는 라임병을 감염시켜
2018∼2022년 사이 라임병 환자는 국내 발생(73명)이 국외 발생(21명)보다 3배 이상 많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가을로 접어들었는데도 기후 변화로 모기는 물론, 진드기도 극성이다. 모기도 처서(8월23일)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은 옛말이 됐다. 모기의 극성으로 남녀노소 모두 곤욕을 치르고 있다.


9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후재난 때문이다. 모기는 32도가 넘으면 대사 활동이 과하게 활발해져 수명이 단축된다. 여름밤 모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만큼 그 해 여름이 뜨거워 모기도 활동을 멈췄다는 뜻이다.

 

21일치 질병관리청의 ‘주간 감염병 통계’를 보면, 올해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가장 많이 나온 시기는 8월이 아니라 처음 300마리 넘게 채집된 9월10∼16일(327마리)이었다.


모기는 기후 변화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감염병 매개 벌레다.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는 변온 동물인 까닭에 환경이 바뀌면 곧바로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질병청 매개체분석과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75년만 해도 6월24일 발령됐던 주의보가 2020년엔 3월26일로 45년 사이 3개월가량 앞당겨졌다.


모기는 겨울잠을 자다가 13도 이상일 때부터 흡혈을 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올해 처음(3월21∼22일)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된 제주와 부산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 사이 낮 최고 평균기온이 14.9도였다.


2005년 감시를 시작한 진드기는 최근 들어 서식지 변화가 포착됐다. 가을철 주요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을 일으키는 주요 매개체인 ‘활순털진드기’는 2013년까지만 해도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발생해 최대 경기 화성이나 여주까지 북상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강원 철원에서도 확인되는 등 서식지가 북쪽을 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익소데스(Ixodes) 속 참진드기’도 발생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람을 물어 피부 증상과 함께 혈액을 타고 균이 몸 여러 곳으로 퍼지는 라임병을 감염시키는데, 2018∼2022년 사이 라임병 환자는 국내 발생(73명)이 국외 발생(21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질병청이 2017년 봄(3∼5월)과 가을(9∼11월)에 들쥐와 같은 야생 설치류를 흡혈하는 이 참진드기의 병원체를 분석한 결과 남부 지역(경남 거제·전남 고흥·제주)에서만 다른 종의 병원체가 확인됐다. 활순털진드기처럼 얼마든지 북상할 가능성이 있어, 질병청은 추가 감시에 나설 예정이다.

곤충들의 발생 양상 변화는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 가능성을 알리는 위험 신호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 구축에 있어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질병청은 2010년 3곳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 대학교 등을 통해 전국 16곳에서 기후변화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곤충을 통한 감염병 대응의 성패는 지금부터 얼마나 꾸준히 감염병 매개체를 감시하고 연구하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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