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연합, 韓조선업에 찬물...현대와 대우 합병 어디로

이번 경험, 정책당국과 산업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13일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가 시장 독점이란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무산시켰다.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경쟁위원은 "이번 합병은 LNG를 수송하는 대규모 선박에 있어 더 적은 공급자와 더 높은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합병을 막은 이유"라고 강조하면서 지난 2019년 12월 기업결합심사를 개시한 이래 2년 2개월만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가 합병 시 유럽연합내 LNG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 반독점을 우려한 조치다. 조선, 항공기 등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 독점을 강화하는 행위나 가격 담합 등 소비자 및 다른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거나 이익을 침해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소위 반독점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LNG를 실어나를 배를 발주하는데 한국 거대 조선소가 합병할 경우 가격을 흥정할 대상이 사라져 선가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 비토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는 반증일 수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독점할 수 없다는 엄혹한 산업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국내 조선소들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해양플랜트, 해저 원유를 채굴하는 드릴쉽, LNG와 상선 그리고 벌크선에 이르기까지 국내 조선사들간 저가 수주경쟁에 뛰어들어 수주 순간부터 적자에 휘말려야만 했다. 그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16년 5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가까스로 연명해온터라 홀로서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매각주체로 한국조선해양에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주 수주처인 EU에서 거부했다.

 

LNG선 시장은 현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 3가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누리고 있을 만큼 가격 대비 앞선 성능을 선보이고 있는터라 독점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선주 입장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 시장마저도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가격 선택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EU의 합병 거부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다. 하지만 EU가 인수를 거부하면서 지난 3년간의 인수합병은 물 건너갔다. 국내 조선사간 저가수주로 인한 동반 공멸을 막기 위한 산업합리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국내 빅3중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1년 이후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부실화로 2016년 영업 손실 등으로 5조3000억원이나 자본잠식이 깊어져 청와대내 서쪽 별관에서 경제관련 장관과 수석들이 긴급대책을 여는 서별관회의의 단골 주제였다. 그만큼 국내 조선사들간 해외 수주 전에 저가수주를 위장하기 위해 분식회계도 서슴치 않았던 만큼 국내 조선소간 공급과잉 문제는 어떻게든 풀어야할 현안이었다. 국내는 공급과잉이었지만 해외 선주들에게는 저가 발주의 호황기였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간 합병을 반길 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를 간과했다.

 

주요 경쟁적인 국가들은 국내 산업간 구조조정과 합리화마저도 경쟁요인이 없는지를 따져 비토권을 행사하는 세상이다. 국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논쟁으로 미국시장에서 피튀기는 이전투구는 미국 내 수요로 중재가 가능했지만 국내 조선소들의 인수합병은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국내 산업간 저가 경쟁과 기술경쟁이 세계시장에서 넘어야할 파고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 쓰라린 경험을 정책당국과 산업계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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