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으로 갈등 이슈가 줄어들고 화합 국면으로 접어드나 했더니, 또 새로운 '껀'으로 양측이 치닫고 있다. 바로 '알박기' 이슈다. 내용을 보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28일 선임된 박두선 신임 대우해양조선 사장 인사를 두고 ‘알박기’ 인사라고 규정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비상식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감사원에 면밀히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분히 청와대 측을 겨냥한 인수위의 이례적인 브리핑이었다. 인수위로는 향후 5년의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정부 부처는 당연한 것이고, 주요 기관의 인사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국가기관도, 공공기관도 아닌, 조선회사의 사장 자리 인선에 대해 브리핑까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인수위로서 '민감지수'가 높아진 것은 이해하지만, '오버했다'는 느낌이 다분하다.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실기업 처리방안이 아닌 내부 승진 사장을 알박기로 몰아붙이며 현 청와대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우리 산업정책의 구조적인 처리방안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가장 최근 예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해운과 조선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해양플랜트 등 부실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파산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다. 조선 산업의 경우 국내 조선소끼리 해외시장에서 저가 출혈수주 경쟁전으로 동반 부실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은 수시로 청와대 서쪽건물인 소위 서별관에서 사태수습에 나서는 서별관회의를 가졌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파산이 아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연명시키는 결정이었다.
회의 결과 산업은행은 2015년 공적자금(4조2000억원), 2017년 신용한도 지원(2조9000억원)을 했지만 회생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영업 손실만 1조7547억원으로 적자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추진도 무산됐다. 두 조선소의 저가 수주 출혈경쟁을 즐겼던 유럽연합(EU)이 합병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급한 건 조선전문가 내부 승진문제가 아니라 공급과잉의 국내 조선소산업의 구조조정과 전략재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국내 조선 산업에서는 계륵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자체구조조정이든 국내조선소간 합병 등 어떤 형식으로 추진해야지만 진퇴양난이기 때문이다. 특수선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간 인수합병은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 등 세계조선업계에서 독점을 이유로 우리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눈 뜨고도 부실을 지켜보고만 있는 꼴이다. 사장 인선이 문제가 아니라 부실을 어떻게 털어내고 정상화시키는 묘안이 절실한 때이다. 그 열쇠는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몫이다. 국내조선소간 합치자니 해외쪽 반대에 부딛혀 있고, 구조조정이나 대우자동차처럼 해외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선 산업의 계륵 같은 대우조선해양 처리방안은 이제 새 정부 몫이 됐다. 새 정부 경제팀이 해법을 내놔야 한다. 툭하면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만이 해법이 아니다. 반복된 공적자금 투입에도 여전히 부실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외 다른 처리방향이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사장 인선이 아니라 내버려두면 부실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박두선 신임 대표가 문 대통령의 동생 친구라고는 하지만, 외부 인사도 아니고, 조선소 소장까지 한 인물을 인수위가 브리핑에서 알박기라도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인수위가 그런 대우조선해양의 실상까지 파악하려는 노력차원에서 사장 인선문제를 지적했다면 다행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 때 거들었다 해서 논공행상 차원에서 떡 줄 사람이 있는데 왜 임명했냐고 청와대를 겨냥했다면 이는 하급수로 보인다. 대우조선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멋진 경제 정책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수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