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층 2평 대피공간에 20시간 갇힌 노인...펄침막 'SOS'로 구조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 칼로 긁어 'SOS' 글자 새겨 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어
휴대용  라이터 켰다가 끄기 반복해 불빛 발사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신고...노인 구조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고층 아파트 2평 대피공간에 20시간 갇힌 노인이 펼침막 종이에 쓴 SOS로 살아난 일이 최근 밝혀져 화제다. 이를 발견한 이웃 주민이 경찰에 "인천 000 아파트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어요"라고 신고해 경찰 당국이 나서 구조했다. 

 

이 사례는 29일 경찰청 페이스북에 소개되며 두 달 만에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1일 오후.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고층 아파트 창문에 펼침막 한장이 걸린 사진이 전송됐다.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1' 지령을 인천경찰청 상황실로부터 전달받았다. 이들은 순찰차 3대에 나눠타고 급히 현장으로 나갔다.


인천시 도화동 아파트에 도착해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봤지만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일부는 15층부터 세대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응답했으나 28층 세대만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28층 세대주가 누군지 확인했고, 집주인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했다.

 

경찰관들은 집주인 아들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안방과 화장실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집안 내부를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하는 대피 공간이었다.

 

방화문 손잡이를 열어젖혔더니 2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A씨는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혀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에게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작은 공간에 꼼짝없이 갇혀있던 그는 대피 공간에 검은색 상자와 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을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들었고,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휴대용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 불빛을 밖으로 내보냈다.

 

출동한 임용훈(55) 도화지구대 4팀장은 2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한 것이 위험에 처한 노인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