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금고갈사태, 어디 새마을금고뿐이랴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해 말 당기 순이익 20억 원을 냈던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에서 이달 초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현금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에 빠졌다. 이 같은 소식 때문에 내가 맡긴 새마을금고에 돈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소위 예금 대량 인출 조짐이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일었다. 확산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새마을금고 중 30여 곳이 넘는 곳에서 대출을 해줬지만 회수하지 못한 연체율이 낮게는 6%, 많게는 10%를 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대출금이 수백억 원대를 넘는 곳이 있다. 제때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받지 못해서 해당 금고가 일시적으로 현금 고갈사태에 직면한 상황이다.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도 600억원을 지역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대출했다가 회수하지 못해 일시적인 현금 부족 사태를 겪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인접 새마을금고와 합병을 통해 사태 수습을 했다. 여기까지만 됐으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전국 곳곳 마을 단위까지를 포함해 1,294개나 있고, 회원들이 출자한 출자금을 포함한 금융자산만 300조원에 육박한다. 새마을금고에 계좌를 갖고 거래하는 고객만 2,20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 국민 50% 규모가 고객일 만큼 그야말로 계와 두레와 같은 풀뿌리 금고이다. 그 풀뿌리 사금융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설립 취지와는 다른 곳에 펑펑 투자했다가 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기판단 실패로 대출금 회수가 불능상태이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첨단 기술개발에 애쓰고 있는 신생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립된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도 지난 3월 10일 투자 실패 소식으로 한순간 동시 인출사태가 발생해 36시간 만에 문을 닫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전국 1,294개 새마을금고 연합체인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VB는 자산규모도 엇비슷하다. 특정 지역 새마을금고와 SVB의 투자 실패 소식으로 동시 예금인출에 따른 자금고갈에 따른 소위 뱅크런도 같다.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는 부동산 개발 대출로, SVB는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에 투자했다가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금 회수 손실도 같다. 회원 조합원들의 상호금융의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 무모한 돈놀이를 하다 망한 꼴이 같다.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회원들이 출자해서 설립한 협동조합이 이번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농협조합, 산림조합, 수협조합, 신용조합 등 5개 금융조합이 있다. 그 이름을 보면 설립 취지를 짐작할 수 있다. 특별한 목적성 금융이다. 새마을금고도 당초 이름은 마을금고 였다.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5월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 하둔리, 창녕군 성산면 월곡리, 의령군 의령면 정암리, 의령면 외시리, 남해군 남해면 마산리에서 설립된 다섯 개의 협동조합이 전신이다. 면도 아니고 리 단위 개발을 위해 결정된 조합원 출자 사금융에서 출발했다. 그 조직이 전국에 1,294개로 늘어났고 자산도 284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 소속은 13명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비금융인 들이다.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지역 부동산 개발에 수백억원이 투입돼도 알 리 없다. 규모가 수천 배로 커졌다면 또 그만큼 위험 요인이 발생하는 만큼 관리 감독도 비례해서 강화됐어야 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협동조합은 회원들이 출자하기 때문에 망하고 흥하는 것도 회원들 몫이다. 하지만 그 회원들에서 출발해서 일반인들의 예금과 대출까지 확장해서 잘못된 투자 실패는 문제가 다르다. 일부 새마을금고 투자 실패는 회원 외에 예금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 국가부도 사태로 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제일은행, 주택은행, 외환은행 등 우리 근현대사 경제개발의 젖줄 역할을 해왔던 은행들이 폭삭 망하는 사태를 겪어왔다. 해외에서 차입한 달러화를 단기간에  갚아야할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달러화를 빌리는 조건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대우그룹 등을 정리해야만 했다. IMF 국치라고 했다. 문제를 들여다보면 기본기를 이탈한 관리 감독 부재가 빚은 인재였다.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수없이 봐 오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금융 사고 예방을 하지 못한 감독 당국이라도 더 이상 사태가 확산하지 않도록 수습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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