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태 '장기전' 대비 예비비·건보재정 투입한다

1285억 예비비 지출 이어 1882억원 건보재정 지원
시민단체 "건보재정 사용 부적절" 지적, 의사협회 "불법 의료 판칠 것" 반발
전공의 10명중 1명 이상 이탈…정부, 故이태석 신부 언급하며 "신뢰회복하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이 17일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공백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예산을 예비비에서 대폭 끌어당기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7일 의료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1200억원대 예비비를 편성한 데 이어 매달 2000억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간호사 활용도 본격화하며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장기전' 태세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의 90% 이상이 여전히 의료 현장을 떠나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불법행위'라고 못을 박으며 압박했다.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과 성명 등으로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지만, 여론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복지부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들을 더 적극 활용할 계획도 내놨다.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총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와 관련한 업무범위를 설정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앞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불법 의료행위의 양성화"라며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환자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의료 행위인 기관 삽관과 발관, 응급상황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중심정맥관 삽입 등은 진료지원행위가 아니다"라며 "간호사의 단독적인 의료 행위 수행은 의료 현장에 혼란을 주고 환자 안전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 1882억원 건보재정 투입…간호사도 심폐소생술·약물투여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1285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한 데 이어 7일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진료한 기관에는 사후 보상을 추진하는 한편, 경증환자를 하급병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에 대한 보상을 30%에서 50%로 더 높인다.

 

응급 상황에 대응하고자 교수 등 전문의가 중환자를 진료할 때 줄 정책 지원금도 신설하고, 심정지 등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일반 병동 신속대응팀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전원과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보상도 높인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건보 재정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에서 "'빅5' 등 민간 대형병원 매출 감소를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메워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환자 곁 남은 전공의 색출하며 '참의사' 조롱…"내주부터 범국민 서명운동"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전국의 70여개 수련병원별로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상세히 적혀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로 보고,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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