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단골로 등장한 단일화 변수 통할까

단일화가 국정철학 묻어버리는 선거 피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현행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이 분립된 헌법기조하에서도  2인자의 틈을 용인하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소리는 여전하다. 때문에 내 선택 여부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게 대통령 뽑기다.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국정의 틀이 거시적으로 바뀌고 미시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대통령을 뽑는 후보 등록이 13일부터 시작됐다. 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일제히 후보등록을 시작했다.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선의 공식 선거 운동은 등록 후 15일 0시부터 선거 전날인 오는 3월 8일 자정까지 22일동안 이어진다. 국민이 22일동안 어떤 후보를 고민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오는 5월 10일이후 미래 5년 대한민국의 국정의 틀이 바뀌게 된다.

 

현행 선거법으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쪽이 대통령으로 결정된다. 그야말로 티끌모아 태산을 이루어야 하는 본격적인 경주가 시작된 셈이다. 선거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등록을 마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13일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단일화 방법으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실시한 국민 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당시 양쪽은 여론조사기관 2곳을 정해 ‘적합도’와 ‘경쟁력’을 반반씩 물어 그 결과를 합산했고, 안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윤 후보도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서로 신뢰하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힌 바 있다.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간 셈이지만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해보자는 후보 간 단일화의 기치이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시도는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당선이 주된 목표였지만 본인 보다는 상대방을 위한 늘 더하기 단일화 였다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힘을 싣는 구도일 수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추이로 봐서도 그렇다.

 

문제는 단일화가 무조건 정권교체이냐 위한 것인지 미래 5년 대한민국 도약을 위한 결단이냐 이다. 현재까지는 미래 5년에 대한 청사진은 없고 무조건 바꿔보자 이다. 지난 1987년 노태우 후보에게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로 대변되는 3김이 분열돼 군사정권에게 정권을 연장시킨 뼈아픈 교훈이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를 통한 합종연횡이 단골메뉴가 됐다. 김영삼 정권은 전격적인 3당 합당을 통해 적진속으로 뛰어들어 92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김대중 정부는 DJP(김대중 김종필 박태준) 연합을 통해 공동정부,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과의 단판을 통해 단일후보로 당선됐다. 하지만 현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012년 안철수 후보와 막판 단일화 시도를 했지만 선거를 하루 앞두고 돌연 안철수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처럼 단일화는 후보 당락에 불가분의 변수를 몰고 왔다.

 

또다시 단일화가 이번 대통령 선거 때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론조사들은 단일화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구도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들이 내건 앞으로 5년 국정철학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치러진 2차 대선후보 토론은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인다. 인기 드라마보다 더 한 시청률을 보였지만 국정철학은 온데 간데 없고 후보간 의혹을 밝히는 청문회 자리처럼 보였다. 토론장 밖에서는 증오와 복수를 다짐하는 후보들의 언사만 난무하고 있다. 자신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보다는 식솔과 졸개들의 대장역할에 물불을 안 가리겠다는 결의로 가득차 있다. 이합집산을 넘어 오합지졸들의 선거판이다. 이러니 정치판을 지켜보는 국민의 정신적 피로감은 폭발직전이다. 주권을 행사해야하는 답안지에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찾아야할 답이다. 앞으로 22일간은 그 답을 찾아야할 시간이다. 그 답에 우리 5년의 미래가 담겨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때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5년의 운명을 선택한다는 절절한 고민의 시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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