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자(種子)는 남기는 대선공약 제시하라

재원 감당 어려운 공약은 국가채무만 늘릴 뿐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말이 있다. 과일나무에 달린 가장 큰 과일은 따먹지 않고 종자로 남겨둔다는 뜻이다. 지금도 농촌과 산촌에서는 다음해를 위해 다 수확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 씨를 받는다. 또 있다. 감나무와 밤나무 등 감과 밤을 새 등 동물들을 위해 남겨놓기도 한다. 사람만이 아닌 공존하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대비라 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면 걱정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일 수 있다.

 

그런데 여야 대선후보측이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질의한 대선공약 답변 내용을 보면 석과불식은 둘째 치고 나무뿌리조차 뽑아내는 공약뿐이다. 남겨놓겠다는 공약보다 쓰고 보자는 공약뿐이기 때문이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후보 측에 선거관련 공약중 목표, 이행 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질의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주요 대선 공약을 실행하는데 3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6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같은 메니페스토 운동은 선거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천방안, 우선순위, 예산방침까지를 요구하고 그 실행여부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순기능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돼 선거때만 되면 아무말 잔치를 걸러내는 여과장치로 자리메김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매니페스토의 평가 기준이 되는 공약의 구체성, 검증 가능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기한 명시의 5가지를 놓고 볼 때 거시적인 공약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공약까지를 포함할 경우 이를 지킬 재원이 하늘에서 금나와라 뚝딱 하지 않는 한 국가부채만 늘리는 공약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당으로부터 받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서 이재명 후보는 총 국정공약 수가 270여개, 관련 소요비용은 300조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핵심 공약으로 △코로나 팬데믹 완전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주가지수 5000 달성으로 세계 5강 달성 △경제적 기본권 보장, 여성안심 평등사회, '청년기회국가' 건설 등을 밝혔다.

[

윤석열 후보는 총 국정공약 수는 200개,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소요비용은 266조원이라고 밝혔다. 핵심 공약별 재원으로 △코로나 대책 50조원 △기초연금 인상 35조4000억원 △병사 월급 인상 25조5000억원 △주택난 완화 및 주거복지 12조1000억원 △농업직불금 확대 9조2000억원 △생계급여 확대 7조7000억원 △부모 급여 7조2000억원 △수도권 GTX(광역급행열차) 5조원 △국민안심지원제도 4조원을 제시했다.

 

지출예산을 재조정하고 추가 세입을 늘려서 재원마련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은 매번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교과서적인 답안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2020~2026년 비기축통화국의 재정건전성 전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폭은 18.8%포인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뿐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와 높은 공기업 부채 등 리스크 요인도 산적해 있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정 준칙 법제화와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라 먹거리를 떠맡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적이라는 점을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