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구권력 이젠 마스크까지 충돌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29일 정부가 오는 5월 2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발표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즉각 시기상조라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젠 마스크까지 쟁점으로 삼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각국의 방역대책에 따라 나라별로 각기 달리 대응해왔기 때문에 어느 대책이 정답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방역당국의 지침대로 지난 2년여간 지켜왔을 뿐이다. 그 방역당국의 주류는 의료계였기 때문에 우리는 신뢰를 해왔다. 사실 그동안 등산 등 야외활동에서조차 마스크를 착용해야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왔지만 의료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19를 지난 25일자로 현행 감염병예방법 분류 기준에서 2등급으로 낮추면서 마스크 착용 여부도 여지를 남겨 논 바 있다. 코로나 19가 법정 감염병 등급중 1등급으로 지난 2년간 유지했다가 한 단계 낮춘 2등급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1급 감염병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 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하지만, 2급 감염병은 질병관리청장이 고시한 일부 감염병에 대해서만 격리 의무가 부과되고 격리 치료라도 음압병실이 아닌 일반병상에 입원하는 조치이다. 이 같은 방역당국의 일련의 감염병 예방 조치를 따라야 했던 국민으로서는 마스크를 두고 신구권력간 착용 시기여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생색내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현 정부가 코로나 19 대응을 초기부터 지금까지 관리해왔기 때문에 그 판단의 주체였다. 공도 과도 현 정부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측 인수위원회가 이를 인수 인계하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책을 제시하면 될 일이다. 윤 차기 정부도 5월말께 마스크 착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기를 앞당긴 현 정부에 시기상조라며 유감을 표명하는 건 마치 차기 정부 몫을 가로챈 것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보인다. 국민의 답답함을 해소시켰다는 생색용 논쟁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에게 생색을 낼 게 마스크뿐인가.

 

마스크를 두고 신구권력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결국 국민 불안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마스크 착용여부가 신구정권간 생색내기용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가 2급 감염병으로 낮춰짐에 따라 1급시 적용받았던 확진자 치료비와 생활지원비 등 각종 지원비는 이제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정부가 마스크를 벗으라 해도 확진을 피하려면 개개인들이 스스로 자기 방역에 나서야 한다.

 

인수위원회가 정권 인수보다는 현 정권을 사사건건 지적하는데 급급한 모습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취임을 10여일남기고도 아직도 지적질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지 답답해 보인다. 정권 인수 목록에서 지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출범 후 해도 늦지 않다. 인수위원회는 현재 여론에서 답을 찾기 바란다. 윤 당선인 여론이 역대 정부 출범 전후에 비해 부족한 점이 무슨 이유인지 살펴야할 때이다. 정권 인수보다는 현 정부 지적질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말이다. 이미 윤 당선인은 항룡이 됐다. 이젠 국민과 국가를 살펴야 하는 하늘의 용이다. 인수위의 지적은 윤 당선인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만큼 퇴장하는 정권에 삿대질은 실없이 보일 뿐이다. 야당 후보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항룡이 된 만큼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하는 정책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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