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간 뇌 닮은 반도체 구현에 '가까이'...하버드대와 공동연구 논문

뇌 본뜬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 게재

 

한국재난안전뉴스 관리자 기자 |  반도체가 인간의 뇌처럼 영감을 받고 추론할 수 있을까? 인간의 뇌  신경망이 전기 자극 신호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 어렵긴 하지만 잘만 하면 인간의 뇌에 좀더 가까운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29일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이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인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에 이런 비전을 담았다.  당장에야 실현 가능하지 않겠지만, 영화 '아이 로봇'(I Robert)같은 꿈을 꾸는 로봇 개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사람의 뇌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를 직접 모방하려는 반도체로 인지, 추론 등 뇌의 고차원 기능까지 재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데, 인간의 사고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간의 뇌 신경 구조를 모방하여 만든 반도체 칩을 가리킨다.  사전적으로는 '신경의 형태를 가진 칩(neuromorphic chip)'이라는 뜻으로,  뇌 과학의 발전으로 뇌에 존재하는 뉴런(neuron, 신경세포)과 시냅스(synapse, 뉴런과 뉴런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신호전달 방식이 트랜지스터의 동작 특성과 유사한 점에서 이를 반도체 구현하려는 데서 출발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 겸 하버드대 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를 좀더 구체화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영국 현지 시간 23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했다.

이번 논문은 뇌 신경망에서 뉴런의 전기 신호를 나노전극으로 초고감도로 측정해 뉴런 간의 연결 지도를 ‘복사(Copy)’하고 복사된 지도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어(Paste)’ 뇌의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의 기술 비전을 제안했다.

초고감도 측정을 통한 신경망 지도의 복사는 뉴런을 침투하는 나노 전극의 배열을 통해 이뤄진다. 뉴런 안으로 침투함으로써 측정 감도가 높아져 뉴런들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미미한 전기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  이로 인해 그 접점들을 찾아내 신경망을 지도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하버드대 연구팀과 지속 협업해 온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복사된 신경망 지도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어 각 메모리가 뉴런 간의 접점의 역할을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뉴로모픽 반도체를 제안했다. 또 신경망에서 측정된 많은 양의 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해 신경망 지도를 구성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측정 신호로 메모리 플랫폼을 직접 구동해 신속하게 신경망 지도를 내려받는 획기적인 기술적 관점도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모리인 플래시 및 다른 형태의 비휘발성 메모리인 저항 메모리(RRAM)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에 있는 약 100조개의 뉴런 접점을 메모리 망으로 구현하려면 메모리 집적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차원 플래시 적층 기술과 고성능 D램에 적용되는 TSV(실리콘관통전극)를 통한 3차원 패키징 등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활용이 제안됐다.

이번 연구는 학계와 업계의 기술 리더들이 참여해 신경 과학과 메모리 기술을 접목,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비전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함돈희 펠로 겸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제안한 담대한 접근 방식이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경계를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며 "뉴로모픽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 보유한 반도체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뉴로모픽 연구에 지속 집중해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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