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 대비용 재난안전통신망도 먹통이었다니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 소방, 군, 지자체, 의료기관 등 재난 관련 기관 8종 총 333곳 기관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라고 한다. 이 통신망에 연결된 무전기를 쓰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 소방, 지자체 직원이 동시에 음성·영상통화로 대화하면서 구조 및 사건 수습을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19만8천대의 무전기가 보급돼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1조5천억원이 투입됐다. 통신망 예산과 구축까지 6년10여개월이라는 세월을 거쳐 지난해 개통했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에는 먹통이었다가 사고 발생 86분후에 작동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 맹골수로에서 침몰 당시 해군, 해경이 서로 다른 소통채널을 쓰면서 구조가 지연되자 단일 통신망의 필요성이 부각돼 당시 박근혜 정부 때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 1조5천억원 규모였을만큼 세월호가 남긴 재난 안전에 대한 충격파는 컸다.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지나친 것을 문재인 정부 때 구축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박근혜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 2018년 12월 통신망 구축을 위한 본 사업에 착수해 지난해 3월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을 완료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예산확보부터 구축까지 6년 10여개월만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통신망을 개통하면서 세계 최초라고 자찬한 바 있다.

 

그런데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재난 상황에서 버트만 누르면 유관기관끼리 긴급 통신으로 대응하라고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참사발생 86분 후에야 겨우 작동했다. 이 통신망 버튼이 정상 작동했다면 경찰, 소방, 군, 지자체, 의료기관 등 재난 관련 기관 8종 총 333곳,  19만8천여 대의 현장 근무자들의 무전기에 불이 났을 것이다.

 

정작 참사 직전 후에 누구도 이를 인지해 버튼 작동을 시키지 않았고,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이뤄진 건 소방당국에 최초 신고가 들어간 지 1시간 26분 지난 오후 11시 41분이었다고 한다.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이 상황을 전파했고, 용산구, 서울경찰청, 경찰청, 행안부, 소방청, 국립중앙의료원 등 의료기관 등이 공유했다고 한다. 먹통이 부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이라고 했던 게 실제상황에서는 잠들어있었다. 김 본부장은 먹통 원인에 대해 "현장에서 활용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라는 엉뚱한 진단을 했다. 컴퓨터, 휴대폰, 세탁기, 냉장고 등을 구입하면 먼저 매뉴얼을 보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다. 모르면 기능의 편리성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후 1년 7개월동안 통신망 이용 훈련을 한번도 안했다는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 하물며 국가 응급사태시에 관련기관끼리 합동으로 대응할 재난안전통신망이 이용 훈련이 미숙해서 작동이 늦어졌다는 변명으로 들린다. 이러니 참사가 지나면 또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에 국가 역량을 총량으로 공동 대응하기 위해 근 7년여에 걸쳐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관계자들의 이용 훈련 미숙이었다니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스스로 직무를 태만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자리는 국가 재난안전관리 야전군 사령관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김 본부장은 직전 재난관리실장에서 차관급인 재안안전관리본부장으로 이번 정부에서 영전했고 행전안전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본인이 재난관리실장 시절에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이 정작 위기시에 먹통이었다.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용산경찰서장은 보고를 받고도 걸어서 10분 거리 참사현장을 차로 이동하는 바람에 차가 막혀 지각 출동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보고를 못 받으니 산속 캠핑장에서 잠자고 있었다고 한다. 총체적 위기관리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한미 훈련을 빌미삼아 같은 기간 연일 미사일과 포격 그리고 500여대의 군용기 출격 비행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초긴장으로 대응해야할 재난안전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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