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구 권력, 지금 치킨게임 할 때인가

국내외 정세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문제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들어오는 정권과 떠나는 정부사이에 밀당을 넘는 권력투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날선 공방을 벌이는 대열에 가담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치킨게임'(닭싸움)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다. 주요국 정상들과는 이런 저런 덕담과 축하인사를 하면서도 정작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은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하는 형국이다. 

 

양측 측근들간 말싸움을 지켜보다 분에 찬 모습이다. 속된 표현으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 싸움의 장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세계 1위를 기록중이고, 무역 주요국들의 전쟁 때문에 수출입은 차질을 빗고 있고, 이웃인 북한은 동해와 서해 해상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포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합니까”라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과 측근들도 맞받아쳤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까지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거들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윤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인사권은 당선인의 뜻을 존중하는 게 상식이다. (윤 당선인은)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당선인까지 직접 기자실을 찾아 “부동산 계약에서 매도인이 법률적 권한이 있더라도 들어오는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 인수인계를 마치 부동산 거래로 격하시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 이전부터 인사권 시비에 이어 부처 인수인계 보고중 태도가 불손하다는 점을 들어 돌연 보고 취소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업무보고차 출발한 법무부 일정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10일 이후 15일간 벌어진 일이라 남은 인수 인계기간동안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하다.

 

그나마 미국을 보면서 위안이라도 삼으라는 건 아니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지자 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승인을 막게 한 것보다는 낮다는 말이 아니길 바란다.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 몫이다. 상황 파악이 먼저 이다. 윤 당선인 정부가 온전히 떠안고 헤쳐나가야할 국내외 상황은 복잡다변이다. 특히 윤 당선인의 국정 목표는 국회 동의 없이는 한 발짝도 못 갈 수 있는 정치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여소야대이다. 300석 국회의석중 이제 야로 돌아선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장악중이다. 티격태격 중인 행정부 인수는 절차상에 그칠 수 있지만 국회는 야당이 장악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맘만 먹으면 정부 조직법부터 모든 법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내건 법무부 권한 축소와 검찰권 강화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윤 당선인 인수위원회간에 지금처럼 사사건건 충돌한다면 취임 이후 수습하기가 어려운 형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으로 돌아온 더불어민주당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꼴은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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