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미국령 괌에서 원정출산한 산모가 사망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산모는 투숙한 리조트에 20시간 방치해 있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출산에는 남편이 동행했으나 회사 일로 출산도우미에게 맡기고 미리 귀국했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
13일 mbc 보도에 따르면, 괌의 유명 리조트에서 지난해 7월 30대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지 12일째 되던 날이었다. 산모는 제왕절개 수술 뒤 이상증세가 나타났지만, 병원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홀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괌 이민을 준비하고 있던 산모 김 씨는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남편과 함께 괌으로 향했다. 괌 원정출산을 알선하는 국내 업체를 통해서였다. 괌에서 부인과 함께 지내던 남편은 중개업체가 고용한 산후도우미가 24시간 산모를 곁에서 돌본다는 말을 믿고 업무를 위해 먼저 국내로 돌아왔다.
그런데 출산 열하루 뒤, 남편은 산모에게서 몸에 이상증세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약을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산후도우미와 현지 관리인에게 연락해 부인을 빨리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으나 다음 날 오전 9시쯤 산모는 리조트 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산모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숨질 때까지 산모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검 결과 나온 사인은 폐색전증 및 혈전증. 제왕절개 후 발생 위험이 있어 국내에서는 출산 후 의료인력이 일정 기간 면밀히 확인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숨진 산모는 현지 병원에서 제왕절개 출산 다음 날 퇴원 조치된 뒤 의료인력이 없는 리조트에서 지내왔다.
원정출산을 해서 하루나 이틀만에 퇴원을 하게 된다면 의료적인 돌봄에 벗어나 있기 때문에 '혈전증과 색전증'은 조기에 발견을 해서 조기에 치료가 들어갈수록 예후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
원정출산 알선업체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에 있던 알선업체 관리인 역시 남편의 요청을 받고 숙소만 들렀을 뿐 산모의 방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유족은 알선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같은 의료 사고가 부각된 것은 한때 수그러들었던 원정출산이 근래 다시 되살아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임신부들이 괌에 가서 아이를 낳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이른바 ‘원정 출산’이 적지 않다고 한다.
출산은 1주일 내 여권과 사회보장번호 수령, 2~3주 후 한국 귀국 등 임신부를 위한 4단계 원정출산 과정이 있다. 괌의 한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국 시민권 취득이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알지만 적절한 방법을 통해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민을 위한 출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괌 원정출산 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괌은 비용이 2000만원이 넘는 미국 본토보다 30％ 가량 싸고 비자 없이 15일까지 체류할 수 있어 신청자가 있다"고 말했다.
산모가 사망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뉴스 보도 댓글창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저출산 문제로 국내 산부인과 병의원이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산모의 건강이나 산후 케어가 좋은 우리나라에서 출산하는 것이 산모를 위해서나 출생아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