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전세력 놀이터 파생상품시장...감독당국 철저히 살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자본시장의 꽃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주가조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공매도를 소재로 한 ‘빅쇼트’, 위장 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숨기는 ‘시크릿 세탁소’가 있다면, 국내에도 600억원의 차익을 챙긴 ‘작전’이나 “평범하게 돈 벌어서 부자 되겠어”라는 대사가 나오는 ‘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 제너럴(SG)증권 창구를 통해 하림,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다우데이터 등 10여 개 종목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매도 물량은 3일째 이어져 이들 종목은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다. 3일간 이들 주가 폭락으로 사라진 돈만 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종목 중 일부는 지난 3년간 3만원 언저리 주가가 30만원까지 치솟는 등 오를만한 소재가 없었는데도 하염없이 올랐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24일 무더기 하한가의 표적이 됐다. 하한가 직전에 관련 회사 대주주는 고점에서 팔아치웠다. 영화 속 주가조작 장면과 같다.

 

주가조작에 동원된 상품거래 수법은 영화 속보다 보기에 따라서는 세련돼 보였다.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인물이 주식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조직책으로 등장한다. 작전에 동원한 주식상품은 차액 결제거래라는 씨에프디(CFD Contract For Difference)라는 파생상품이다. 고액 투자자를 모집해서 운용자산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1억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수익만 1,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희한한 미끼까지 동원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영화보다 더 한 장면이다. 국내 교보증권이 지난 2015년 CFD라는 상품을 개발했고 이 상품거래를 위해 SG증권과 위험 분산 거래를 해왔는데 SG 증권을 통해 거래물량을 털어내는 작전으로 검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현물 없이 현물의 움직임을 매개로 나오는 상품을 통상 파생상품 거래라고 한다. 여기서 선물과 옵션이 등장한다. 지금은 날씨 변동성을 상품으로 하는 것도 등장하고 있다. 다 미래 가정을 따져서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 가정에 따라 대박과 쪽박이 공존하는 게 파생상품시장이다. SG증권발 CFD 파생상품도 그중 하나이다. CFD는 일반적인 현물 주식 투자와 달리 주가 차액에 투자하는 것으로, 특히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거래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1주에 10만 원짜리 주식의 증거금률이 40%라고 할 때 일반 주주들은 이 주식 1주를 10만 원에 매수하지만, CFD로는 증거금 4만 원으로 1주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다.

 

현재 CFD 증거금률은 증권사들이 종목별로 40~100%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어 최대 2.5배 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극대화되지만, 주가 하락 시에는 손실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또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는 차액 정산을 위해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투자자가 이를 납부하지 못해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하는 절차를 밟는다. SG증권 창구를 통해 해당 종목들에 매물 폭탄이 쏟아지자 CFD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계좌에서 강제 청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CFD 말고 또 다른 파생상품도 현재 거래되고 있다. 총수익스와프 티알에스(TRS total return swap)이다. 자금 부족이나 규제 등으로 인해 자산을 매입할 수 없는 투자자(총수익 매수자)를 대신해 증권사 등(총수익 매도자)이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자산 가격이 변동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계약으로, 신용 파생금융상품이다. TRS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시의무를 할 수 있는 장점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재분 매입 과정에서 TRS를 이용해 몰래 지분을 늘렸던 기법이라고 한다.

 

또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라임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도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TRS가 이미 문제가 있었음에도 비슷한 파생상품인 CFD가 이번에 배턴터치 한 셈이다. 당시 금융당국이 이 같은 파생상품의 파장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주가조작이다. 상품만 남발시키고 관리 감독은 뒷전이라면 주가조작 세력들은 얼마든지 그 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또다시 입증했다. 금융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꽃인 시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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