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 북핵위협과 같다는 인식 우려스럽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한민국 헌법 제 21조에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등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명문화 했다. 이를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하는 듯 한 언급을 했다는 보도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비공개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스스로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북핵 위협과 동일 위험으로 놓는 것은 우렵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화물연대 파업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합법적인 집회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ILO는 이에 따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윤 정부의 노동 기본권 침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까지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LO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업무개시명령과 관련, 최근 사무총장 명의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 “즉시 개입(intervene)했고, ILO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ILO 기본협약 비준국으로, 지난 4월부터 해당 협약들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ILO는 10여년에 걸쳐 ‘결사의 자유’ 등 화물연대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한국 정부에 해왔다. 이번 서한은 협약을 지키라고 경고한 것이다. ILO가 한국 정부에 긴급개입 절차를 시작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ILO 국제노동기준국 카렌 커티스 부국장(결사의 자유 분과장)은 2일 자로 보낸 공문을 통해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한다면서, 그 첫 단계로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ILO가 발간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 결정 요약집>을 보면 "경제의 핵심 산업에서의 장기간 총파업이 인구의 생명, 건강 또는 개인적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업무복귀 명령이 합법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운송회사, 철도 및 석유 부문 등의 서비스 또는 기업 운영 중단은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ILO 회원국이자 87호 협약(결사의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및 29호 협약(강제노동) 비준국이다.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으며, 국내법과 ILO 협약이 충돌하는 경우, ILO 기본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하게 된다. 이번 ILO 긴급개입은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국제운수노련이 지난 11월 28일 한국 정부의 화물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앞두고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ILO가 보낸 서한 원문을 공개하지 않은 채, 국제노동기구의 서한은 ‘개입’이 아니라 민주노총 요청에 통상적으로 답한 ‘의견 조회’일 뿐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불법·폭력 행사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 않는다”며 더 한층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강대강의 충돌은 더 큰 화를 초래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뿐이다.  

 

화물 노동자 안전과 생계위협에 대해서는 ‘처벌’ 위협만 높이는 건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일방향적 대응만 강조한 것이다.  한 시가 급하다.  국가경제와 국익에 큰 손실은 물론, 더 오래갈수록 상채기만 키우는 이 재난죽 상황에 해법을 찾아야 할 주체는 결국 정부다.  자극적인 말로 혼란을 더 키워서는 안 된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