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대통령·총리·장관 필히 되새겨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화생어구(禍生於口)라는 말이 있다.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다. 지난 10월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XX 한 말부터 엊그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압사참사와 관련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때 또 다른 구설에 휩싸였다. 외신 기자들은 참사라고 했는데 본인은 사고였다고 강변하더니 통역한 말이 안들리면 누구 책임이냐고 웃으면서 역 질문을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뻔뻔하게 모든 책임을 모른 척 하다 대한민국 경찰의 비상 연락번호인 112에 신고한 녹취록이 나오자 사흘 늦게 사과했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압사 참사를 먼저 인지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20여분께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게 나라인가 싶다. 치안 최전선에 있는 경찰 총수가 몰랐다니 말이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오히려 민중의 몽둥이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통령부터 총리 그리고 장관 및 경찰청장까지 국민이 우습나보다.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습관이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와 기자 간담회에서 외신기자들의 잇따른 송곳질문에 “질문에 대한 통역이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대한 책임은 뭔가요”라며 씩 웃으면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국가애도기간에 그것도 외신기자들이 있는데도 비아냥거림과 웃음으로 응대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더 뻔뻔한 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이 장관은 참사와 관련 초기에 “당시 경찰 인력이 더 투입됐어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면서 “임박한 위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정됐으면 대책이 들어갔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사고 발생 사흘이 되도록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실토했다. 같은 날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11건이나 접수됐지만 이를 인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내 경찰국을 두고 있는데도 보고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을 수 있다.

 

시청 앞에 분양소는 윤석열 정부의 자기 책임 피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구가 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양소 이다. 사망과 희생은 명백히 다른 표현이다. 사망은 국가와 관계없이 죽은 사람이다. 희생은 국가가 죽인 사람을 희생이라 한다. 이태원은 명백히 국가의 재난 예방의 고의적인 회피로부터 발생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다른 말로 변명하고 회피하고 웃는 건 국민에게 치욕스런 언사다. 제발 입조심 해야 한다. 특히 국가 공무원은 국민이 위임한 국사에 대해 성실히 임하고 말 조심 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고 갚는다는데 말 한마디 때문에 국민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된다.

 

취임 6개월째도 안 지났는데 왜 이리 구설로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기회를 빌어 내각을 전면 개편해서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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