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경제민생회의' 실감할 수 있는 대책이 먼저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제했다. 이 회의는 80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맞다. 지금은 고금리, 고환율, 깊어가는 무역적자 등 비상경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서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회의가 지금까지 11차례나 진행됐다고 하니 인식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총론과 각론은 달라 보인다.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지금까지 11차례나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하다. 올 들어 금리는 한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 금리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때마다 미국 좆아가기도 벅찰 정도로 쉬지 않고 기준 금리 인상을 했다. 고환율까지 이어지면서 수출부진에다 에너지 등 원자재 수급불안으로 무역적자까지 겹치면서 기업도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 여파는 시장 물가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대통령 주제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이런 각론에 대한 정부의 대책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는 자리였으면 좋았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1차례 회의 중 어제 생중계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마치 각 부처 업무보고 형식처럼 비쳐진 것은 비상경제라는 주제와 맞지 않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춘천에 레고렌드 사업을 위해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언을 하는 바람에 한순간 금융시장은 발작적 충격에 휩싸였다. 그만큼 시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전력과 간판 기업들도 고금리에도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사태 수습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이 50조원 플러스 알파를 풀어 경색국면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편 한전채도 담보로 받아줘서 한국전력의 자금난을 해소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발 금융위기가 발등의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할 정도이다. 강원도와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그렇다. 지자체에서 벌이고 있는 다양한 개발은 순환 고리처럼 금융, 건설 등과 연계돼 있어서 어느 한쪽이 문제가 발생하면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개발주체인 정부와 지방정부가 강원도처럼 파산을 선언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유발한다. 이점을 이번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반면교사로 삼고 점검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비상한 만큼 거시적인 정책제시에 그칠 게 아니라 바로 눈앞의 대책을 살펴야 한다. 비상이 일상화되면 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경기 모든 지표들이 이전과 전혀 다른 국면으로 빨간 신호등처럼 멈춰있다. 금융은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몸속에 흐르는 피와 같다. 피가 막히거나 통하지 않으면 동맥경화로 사경까지 갈 수 있다. 지금 시장이 그렇다는 신호이다. 기준금리가 올라 은행의 이자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는 공기업과 기업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게 맞지 않다. 이 같은 동맥경화를 풀어주는 게 금융당국이다. 그게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다뤄야할 주제들이다. 지금 상황은 장기적인 거시대책이 아닌 눈 앞의 미시 대책을 촘촘히 챙겨야할 때인 것 같다. 체감할 수 없는 대책은 무대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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