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습 괴물물폭탄에 뻥 뚫린 국가재난위기관리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지난 3일 동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물 폭탄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통령실에서 퇴근한 윤석열 대통령 자택부근인 서초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택 아파트 주변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대통령은 그야말로 물에 포위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재난을 총괄 지휘할 지휘소에 갈 수 없을 정도였다는 보도이다.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부터 국가위기에 대응할 지휘소를 청와대 지하에 구축하는 방안이 마련됐고,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때 국가위기관리센터가 구축됐다. 25개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군사 뿐만아니라 이번처럼 폭우 등에 대한 대응조치를 하는 기능을 수행했었다.

 

미국 백악관도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본 받을 만큼 위기관리체계를 완벽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당시 관계자는 회고했다. 응급사태시 이를 보고 받은 대통령이 즉각 관저에서 이동해 지하벙커에서 지휘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화마로 돌변해서 낙산사 등을 초토화시킬 때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벙커로 내려와 소방방재청장 등에게 화재진압을 지휘하면서 방을 동동 굴렸다고 한다. 또 어느 해인가 폭설로 고속도로마저 고립되자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을 차단시켜 추가 고립을 막았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뉴스를 통해 실감했던 기억이 있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가보니 전쟁지휘소처럼 공중 해상 그리고 육상에 이르는 모든 위기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있었고,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25개부처가 동시에 해소방안을 전파하는 곳이었다. 그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포기하는 바람에 지금은 사라졌다. 그후 이번 폭우때 대통령은 퇴근후 자택 주변이 물에 갇혀 현장 지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비가 멎은 후에야 인명과 재산피해를 수습중이다.

 

공군과 기상청은 특히 기상에 민감한 곳이다. 전투기 출격전에 시간대별로 인근 상공의 바람과 구름 그리고 비 상황을 점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시간 공중 상황을 레이더로 탐지해서 작전한다고 한다. 기상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기관이다. 최소한 1년치 한반도 전역의 기상 관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공군과 기상청이 협업하면 바람, 구름, 비 정도는 사전에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사전 예방조치도 취할 수 있다. 이번 서울지역 물 폭탄은 한 두 번의 사태도 아니다. 게릴라성 호우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매번 기습폭우라는 말이 반복된다. 국가가 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모든 재난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이번에도 무용지물이었다. 국가 기관끼리도 예측 가능한 상황을 공유해야하는 협업이 없었기에 발생하는 결과라고 본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뭔 기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기상청은 5년 주기로 슈퍼컴퓨터를 교체한다. 한 대당 수백억 원을 들여 구입하고 5년후면 고철값에 매각한다고 한다. 그 슈퍼컴퓨터는 세계 몇 안 되는 고성능으로 기상정보 정도는 장기간 및 실시간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기 예측은 이미 미국 시카고선물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특히 곡물 수요 예측에 필수적인 정보이다. 일기 예보를 사고팔아 그해 갖가지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충분한 예측 능력을 뒷받침할 기상청의 슈퍼컴퓨터와 공군 레이더 자산 등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자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어느 특정분야라도 종합 대응이 필요해서 구축한 곳이다. 그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부처별로 동시다발로 대응해야할 곳에 넋 놓고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게 위기관리가 아니다. 강남역 서초역 사당역 인근에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다. 신속대응군이라도 투입시켜 민간인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물길을 차단할 수 있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라. 실감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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