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 정권..남탓 말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업무보고가 결국 그를 낙마시켰다. 초등학년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겠다고 대통령 업무보고시 했고 이를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여론은 차가웠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린 박순애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카드를 또 내밀었다가 거센 역풍에 휩싸이자 철회했다. 결국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장관들 발탁시 능력과 실력있는 사람을 자랑했던 윤 정부로서는 체면이 구겨진 첫 사례다. 아니 연거푸 4번째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전후로 낙마까지 한 것을 포함하면 그렇다. 능력과 실력으로 스타 장관을 주문한 대통령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스타는 관객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사람들이다. 발탁한 장관들이 스타는커녕 관객으로부터 싸늘한 야유를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통제를 목표로 30년만에 경찰국을 부활시켜 첫 경찰국장으로 임명한 김순호 치안감에 대한 과거 행적이 불거지고 있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운동권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해서 조직을 와해시킨 이른바 프락치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그 댓가로 경찰에 투신한 사람을 경찰통제관으로 기용했다면 신뢰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화 밀정에서 본 그 장면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여론은 차갑다. 30년전 경찰은 그랬기 때문이다. 대학과 공장 등 학원과 노동현장에 밀정을 투입시켜 사찰했고 탄압했었다. 내무부 치안본부시절이었다.

 

누구보다 공정과 정의를 몸소 실현하기 위해 헌신한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은 달라질 줄 알았지만 취임 3개월째를 맞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국민은 반신반의를 넘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론이 그렇다. 국정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은 70% 넘게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런데 뭣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인가. 여론은 대통령과 그 주변이라고 하는데, 내부에선 주변 탓만을 생각한다. 

 

민심이 고약하게 돌아가자 윤 대통령은 8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며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됐다”면서 “모든 국정 동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살피겠다.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했다. 그간 여론에 대해서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다가 달라진 모습이다. 여론은 민심이고 또한 천심이다.

 

지금처럼 하늘에서 물폭탄이 떨어지면 역대 왕과 대통령도 내 탓이라 했다. 윤 대통령은 퇴근길에 침수되는 것을 보고도 자택으로 퇴근하는 등 재난 콘트롤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재난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해지만, 폭우로 큰 피해가 난 상황이라 '자택 업무 지시'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한참 동떨어진 느낌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취임 반 년도 안 된 상황에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말마저 나온다. 이대로라면 지지율이 10%대로 내려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오롯이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발병 난 정권, 누구 탓할 게 없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