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공권력 투입,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오랜만에 공권력 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니 부추기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초대형 선박 철판 구조물인 블록 안에서 농성중인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공권력 집행을 위한 여론몰이로 보인다. 대형 선박의 몸체를 구성하는 사각형블록은 고강도 철판으로 이루어져있어 공권력이 투입되면 퇴로가 없다. 순순히 투항하거나 극단의 선택뿐이다. 그런데도 공권력을 노골적으로 입에 오르 내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헬기를 이용, 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권력 투입을 가시화하는 것처럼 나서고 있다. 정작 그 현장은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은행 총재 그리고 경제부처 장관들이 가서 조선소의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 해법을 정책으로 내놔야할 곳이다. 국내 조선소산업 정책 실패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전국 해안에 우후죽순 조선소 공급과잉을 자초한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소 공급과잉의 후유증은 국내 조선소끼리 저가 수주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도산과 공적자금 투입만 반복되고 있다. 원인 처방에 대한 답도 모른 체 가지 말아야할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원인을 알면 처방은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원인을 알면서도 엉뚱한 처방만을 쓴다면 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들어 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정유사들은 역대급 수익을 누리고 있고, 서민 애용 술인 막걸리의 주 원료인 쌀값은 폭락하는데 막걸리 값은 식당마다 30%이상 올렸다. 병당 3000원인 막걸리 값은 4000원으로 메뉴판에 덧댄 숫자가 보인다. 기름과 쌀 등은 정부가 독점과 물가 통제 대상으로 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 관세와 수급조절을 통해서이다. 그런데도 시장 물가는 상식을 뛰어넘는 엇박자속에 오르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유가 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관세와 임대료를 방치한 결과이다.

 

반면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고 금리를 3개월 연속 올리고 있고 그 폭도 빅스텝도 불사했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풀어진 돈값을 추스르려면 돈을 회수해서 돈값을 높이는 금리 인상 수단을 쓸 수 밖에 없는 대책이다. 문제는 금리를 올리면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대출금 이자부담을 가격으로 전가시켜 쌀값은 폭락했는데도 막걸리 값만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걸리 값 뿐만이 아니라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모든 메뉴판에 다시 고쳐진 가격표를 붙였다. 거기에는 난공불락의 임대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건물주는 건재했지만 건물에 입주해 장사를 했던 소상공인들은 메뉴판를 고쳐써야 폐업을 면할 수 밖에 없다. 고쳐 쓰지 않으면 장사를 접을 수 밖에 없다. 임대료와 이자부담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누군가 큰 이익을 낼 때 누군가는 그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정책은 바로 그 제로섬게임이 발생하지 않게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가는 국민이 일상 생활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다. 수요와 공급간 출동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정책과 대책은 정부 몫이다. 그곳에 공권력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매점매석을 단속하는 공권력이다. 물가를 잡고 공급망을 확보하는 국가 권력이다. 우리는 공권력을 파업과 시위 현장에 백골단을 투입시켜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과 TV화면 속에 비춰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휘두른 공권력의 뒷끝은 정권의 레임덕과 몰락을 가져왔다. 국가 권력이 국민이 요구하는 타협과 소통을 외면하고 경찰과 검찰 권력을 동원, 호통과 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호통과 욱은 국민이 잘못된 국가 권력에 퍼붓어야할 소리이다.

 

세계 각국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백가쟁명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한국을 포함한 55개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빅 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이상 올렸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이익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기업에게 횡재세까기 동원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2일 에너지 가격이나 금리 상승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업에 '횡재세'로 불리는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전례 없는 금융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가가 동원해야할 공권력은 물가를 잡기 위해 써야할 비상수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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