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조선 노사 서별관회의 잊었나...생존길 찾아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구조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이 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목숨을 살려줬더니 가방 어딨냐고 우기는 것을 빗대 하는 말이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청 노조원들의 파업 사태가 꼭 그 꼴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는 정부이다. 정부를 대리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미 파산했어야 할 대우조선해양을 수차례 연명시키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하청업체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을 볼모로 48일째라고 파업중이라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엄밀하게 따지면 민간기업이 아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의 주체에서 사측이 정부라는 말이다. 보도대로라면 하청업체 노조의 협상 파트너는 실질적인 주체는 산업은행이다. 파업 장기화의 주체는 현재 도크를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과 산업은행이다. 그런데도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보다는 파업에 따른 손실액만 앵무새처럼 부풀리면서 공권력 투입 명분만 쌓고 있는 듯하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과 정부가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의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대우조선은 1999년 외환위기때 부도로 그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관리 하에서 연명해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에는 조선과 해운시장 불황에 따른 여파로 대우조선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 박근혜 정부시절이다. 이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등이 청와대 서쪽 별관에 모여 회생방안을 논의하는 소위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2천억원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산업의 계륵이었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합병하는 안을 마련 합병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유럽연합(EU)가 두 조선소의 인수합병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양 사의 합병이 선박 발주 시 가격을 높이거나, 회사 선택권을 줄이거나, 혁신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국 조선소끼리 합병하면 저가 수주경쟁을 누렸던 유럽 선주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속내가 깔려있었다. 그런데도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측은 인수합병을 반대하기 위해 유럽 현지까지 가서 합병 반대 시위를 벌였다. 2년 전 일이다. 그때는 하청 노동자들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노조원이었다. 유럽연합은 결국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독과점으로 보고 반대했다. EU선주들이 국내 조선소들끼리 벌이는 저가 수주 경쟁을 유효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럴수록 국내 조선소들은 수주를 해도 수익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연장선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과 해운산업은 경기흐름에 민감한 산업분야 이다. 호황과 불황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반복되는데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업구조 조정카드는 내놓지 않은 체 혈세로 연명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조선소들은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시추선, LNG 등 선박 수주 때 저가경쟁에 이전투구 하는 바람에 수주 순간부터 적자 수주를 감수하는 제살깎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조선업계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은 그 연장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세발의 피나 다름없다. 공권력을 내세워 엉뚱한 여론몰이전은 멈춰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조선산업 경쟁력 방안이 뭔지 정부가 책임 있게 그 정책과 대책을 내놔야 할 때이다. 호황과 불황에도 세계 1등 조선소로 거듭나기 위한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뭔지가 공권력 투입보다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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