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현안은 거야와 협치하란 주문이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야당을 보면서 가장 뼈아프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꼽는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일 것이다. 자신의 분신같은 조직이었던 검찰 제도를 바꾸려는 야당의 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취임과 함께 직면할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수완박 시도는 여소야대라는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서곡이다.

 

오는 5월 10일 취임도 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 추진 상황을 보면서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으로 바뀌었지만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헌법 외에 어떤 법도 입법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0년 사이 우리가 봐왔던 국회는 뭐든지 입법이 가능했고, 대통령마저도 탄핵을 시켰다. 그건 협치의 대상이 국회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입법부인 국회를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국회의 동의와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행정부 내 검찰이 아무리 검수완박을 규탄하는 듯 한 행동을 해도 국회가 묵묵부답이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특히 21대 국회 구성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의석 300석중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 표결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 그것도 아직 2년이나 남아있다.

 

헌법도 입법권은 국회에(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66조 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101조) 속한다고 3권 분립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국회가 주도했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만 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다.

 

행정부가 가장 긴밀히 협의하고 대화할 상대는 입법부인 국회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윤 당선인 인수위원회까지 국회에 삿대질하는 상황은 현실인식에 의문이 들 정도이다. 거기에다 현직 공무원 신분인 검사들이 차례차례 집단 행동으로 비춰지는 시위성 회의와 성명을 내놓고 있다. 다른 행정부내 공무원들이 검사들처럼 사사건건 무소불위 행동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유독 검사들만 치외법권에 있는 공무원들로 보인다. 검사들도 행정부내 소속된 국가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일 뿐이다. 누구도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서 예외일 순 없다.

 

인수위원회도 검찰도 21대 국회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소야대도 국민이 주문한 셈이다. 윤 당선인에게 0.73%의 신승을 준 반면 2년 전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당시 국민은 개혁입법 등 어둠을 밝히는 촛불 역할을 하라고 표를 준 셈이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개혁입법에 실망한 국민은 서울과 부산 등 지자체장과 대통령 및 국회 보궐선거 참패를 안겼다. 검찰이 검수완박에 절치부심하는 것처럼,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입법을 미루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질 수 있다고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남은 2년은 사느냐 죽느냐의 시간일 수 있다. 그 길에서 만난 건 검수완박 카드일 수 있다.

 

검찰 총장 출신이 대통령으로 직행하고, 동고동락하던 특수부 후배 검사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상황은 야당을 궁지로 모는 징후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상황이 바뀐 더불어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른 길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검찰이 현행대로 수사와 기소권을 휘두른다면 본인들에게 닥칠 잠재적 혐의이다. 3년 전 직속상관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자마자 장관집 압수수색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법정 다툼을 주도했던 검찰 모습들에 대한 트라우마로 보인다. 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검찰 출신들만큼은 그 평등에서 예외였던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현직과 현직을 떠난 변호사라는 신분속에 검사 출신들만큼 영원한 세상은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세상은 없다. 수사와 기소권도 제도의 일부이다. 제도 역시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검수완박도 이상할 게 없다. 70여년 아니 조선 개국이래 600여년 넘게 역대 왕과 건국이후 대통령이 이용했던 집무실도 바뀌는 판에 자신의 조직만은 영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고 현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하루가 멀다 하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입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스스로 자초한 검수완박이 아니었는지 숙고하는 시간이 먼저이다.

 

현재와 같은 여소거야 상황에서는 협치가 왜 절실한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2년간은 국정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야당의 동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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