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수렁 깊어지는 무역적자..이제 우리 이야기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을 보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상황이 됐다. 1년 전 지표와 비교하면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흑자는 온데간데없고 적자로 돌아선 지가 오래전 이야기고, 주력 수출시장마저도 적자로 고착화할 조짐이다. 전체 수출시장의 30%에 달하는 중국과 동남아지역마저 경쟁국에 밀리는 양상이 됐다. 미국과 일본에 가치와 안보 동맹을 굳건히 하는 사이 경제동맹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은 견고했던 둑이 무너졌다. 수출입 지표로 보면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이 1년 전보다 14.2%나 줄면서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째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21.4%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10월부터는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3월(-13.6%)과 4월(-14.2%)에는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우리 수출의 20% 넘게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원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1%나 줄었고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컴퓨터 바이오·의료 등도 10~70%의 감소율을 보였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수출이 지난달 26.5% 급감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세안과 중남미 지역도 수출이 20% 이상 줄었고, 플러스를 보였던 미국(-4.4%)도 지난달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어느 곳 하나 눈여겨볼 시장이 없어 보인다. 불과 1년 사이에 뒤바뀐 수출시장을 어찌 봐야 할지 생각이 있는 정책 당국자들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시장의 흑자행진이 끝났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통계를 보면 우리 수출 품목이 경쟁국들에 일제히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이 대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미국, 호주, 일본에도 밀린 5위로 처졌다고 한다. 반도체 수출이 41%나 줄어든 후유증뿐만이 아닌 전체 수출 품목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중 무역 적자 원인으로 중국 제조업의 약진을 들었다.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 고위기술 업종에서는 대중 무역흑자가 2010년 264억달러에서 2020년 157억달러로 줄었고, 저위기술 업종은 무역 적자가 94억달러에서 122억달러로 늘었다는 것이다.

 

교역 경쟁력을 기술 수준별 비교우위로 분석한 결과도 한국의 대중 경쟁력은 떨어졌지만 중국의 대한국 경쟁력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상황을 보면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마저도 적자구조가 굳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현재 30% 미만인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 후유증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급감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중 간 기술 전쟁에 끼어든 한국이 중국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반도체법을 따를 경우는 수출제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가치와 안보 동맹의 후유증이 시장을 잃고 있다. 기술이 통제받고 수출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무역 적자 회복을 기대하는 건 공염불일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라고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최대 수출시장이다. 대체 시장에 대한 대책도 없이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중국에서 밀리면 다른 시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치와 안보 동맹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전기차, 원자력발전 분야에 대해 옥죄는 듯한 일련의 법과 시비를 걸고 있다. 우리 먹거리는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챙기는 정책과 대책이 동맹보다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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