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 살인 막을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미룰 이유 없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나라처럼 술 문화가 자유로운 곳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과음이 심해지자(1433년) “신라가 망한 것이 포석정의 술 때문이었고, 백제가 낙화암에서 멸망한 것이 모두 술 때문이었으니, 백성들은 과음을 삼가라” 하였다고 한다. 또 이슬람국가에서는 술 때문에 전쟁에 졌다 하여 율법으로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음주 후유증이 빗은 국가의 흥망의 예라지만 개인에게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5대 강력범죄 5건 중 1건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부상과 사망 사고다. 특히 음주운전은 자신이 몰던 차로 자신과 타인을 죽게 하는 사고이다. 자살과 살인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는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 술에 취해 경찰관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예비 검사가 1심에서 선고 유예받았지만 임용을 취소했다. 음주가 빗은 개인사가 개인에게 돌아갔지만, 음주는 개인과 나라의 흥망을 염려해야 할 정도이다.

 

음주운전은 다르다. 개인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부상과 사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나온 이유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대낮에 학교 인근 30킬로 속도제한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등학교 어린 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거나, 선거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을 도로가 아닌 곳에서 치여 숨지게 하는 등 숱한 사망 사고를 낳고 있다. 음주가 낳은 후유증은 천태만상이지만 자동차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타인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도입하자고 한 게 음주 운전자가 원천적으로 운전할 수 없게 하는 잠금장치다. 술을 마신 사람이 차를 운전할 때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미 기술이 개발됐고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주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운전할 때 해당한다지만 자동차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신차가 나올 때부터 아예 음주 운전자가 운전을 시도할 때 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적용되기 때문에 예방 역할을 못 한다.

 

지난 2018년 부산에서 만취자 운전으로 인해 윤창호 씨가 뇌사상태에 빠져 숨진 이후 2019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형량을 ‘1년 이상 징역’에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강화했지만, 상습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8%다. 10명 중 4명이 처벌 후에도 다시 술 먹고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통계이다.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자는 2021년 기준 2만 7,355명, 7회 이상 적발자도 977명이나 된다.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습관성 음주운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타인의 사망을 막는 방법은 법도 아니라는 것이 판명된 만큼 차 자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이다. 지금도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치는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한 이후 지난해에는 경찰청이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은 무산됐다고 한다. 누가 봐도 입법을 막을 명분이 없는 입법이었는데도 무산됐다면 음주운전 사고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으로부터 개인의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음주시 시동 잠금장치 도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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