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것 하나 위기 아닌 게 없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한민국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을 보면 이미 위기는 코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 끈을 이어갈 출산율이 그렇고, 수출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 수렁으로 빠졌다. 앞으로 3년 후인 오는 2026년이면 5명 중 1명이 65세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본격적인 연금을 타는 시기이지만 반면 1995년생들이 65세가 되는 오는 2060년에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 월급과 소득의 34%를 국민연금으로 내야 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산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절대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눈에 보이는 위기 징후군들이다.

 

그런데도 위기를 타개해보겠다는 정책과 대책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전략 부재이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뭐 하나 기대할만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도 무색하다. 대한민국호가 항로를 이탈하는 듯한 불안한 통계와 수치들이 구석구석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을 합친 수출보다 더 많은 교역규모로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 냈던 중국이 30년 만에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돌아섰다. 만년 꿀단지로 여겼던 중국이었다. 30년 무역흑자 속에 3년 전에는 3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무역흑자 1위 국가였던 나라였다. 불과 3년 사이 올들어 1-2월에 50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대중국 무역적자 폭은 더 확대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전체 반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맡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적자로 반전될 전망에다 뚜렷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외에는 중국에 마땅히 견줄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상대국은 기술 자립에 절치부심했지만 우리는 간과한 결과였다. 동맹이다 뭐다 한 눈 파는 사이에 중국이 아니라도 시장은 또 있다고 방관한 건 무역적자 사상 최대라는 소식뿐이다. 동맹은 값비싼 대가를 요구했는데도 짝사랑의 결정판을 보는듯하다. 군사동맹도 모자라 경제동맹에 주저 없이 동참했지만 돌아온 건 전기자동차 보조금 배제요, 반도체 영업기밀까지 엑셀 파일로 보고하고 초과수익도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미국이 고용 창출의 일등 공신인 한국의 경제동맹 기업에 요구하는 대가다. 삼성과 국내 반도체 기업이 300조원을 투입해서 경기도 일대에 반도체 특구를 조성하는데 일본 소부장재 기업을 우대할 조짐이다. 일본은 기술을 무기로 틈만 나면 한일 간 문제를 기술 봉쇄로 겁박하는데도 기술 종속을 탈피할 궁리마저 외면하는 듯하다.

 

세계 10대 선진국이라면서 노동강도는 개발도상국보다 더한 노동시간을 밀어붙였다가 MZ세대의 반발에 후퇴하는 모양새다. 출산율을 높이자면서도 정책은 출산율을 가로막는 노동강화 정책을 불쑥 내민다. 초고령사회와 저출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공론화가 아니었지만, 정부가 그 파장을 통계로까지 제시하면서도 정책과 대책은 명료한 게 없다.  정책과 대책은 정권이 받아들이고 이를 수정 보완해서 이어가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외면한다. 5년의 정권은 그 숙명과도 같은 전임 정권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고 그 위에 미래 대책을 쌓는 것이어야 한다. 정권은 바뀌어도 국민과 국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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