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KIC, 사상최악 투자재난..독립전문가 영입 필요하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국민연금과 함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118조원 규모의 투자손실을 냈다. 투자 참사이다. 이들 두 기금 운용 측은 투자손실 이유를 국제 투자환경의 악화라는 외부요인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지난 2일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기금운용본부에서 운용하는 연말 적립금이 890조5천억원인데, 연간 손실액이 79조6천억원(-8.22%)이나 됐다고 밝혔다.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한 곳에서 손실이 낳기 때문이다. 79조6천억원 규모는 지난해 65세 이후 연금 수급자 622만명에게 지급된 34조원의 두 배보다 더 많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출범한 이후 최악의 투자손실이다. 지금까지 누적 운용 수익률을 자랑했던 기록을 먹칠한 셈이다. 외부 투자환경 탓으로 변명을 이어간다면 기금 고갈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22.8%, 국내 채권에서 -5.6%, 해외 주식에서 -12.3%, 해외 채권에서 –4.9%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과 같은 국부펀드에 해당하는 한국투자공사(KIC)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맡긴 외환 운용액 중 297억달러(38조원)나 날렸다고 한다. KIC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한 외화보유액을 운용 및 관리하기 위해 출범된 대한민국의 해외투자 전문기관(국부펀드)이었지만 이처럼 –14.36%나 투자손실을 입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2005년 출범 이후 누적 손익은 2021년 말 879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582억달러로 34%나 급감시킬 정도로 투자 재난과 재해를 입은 셈이다.

 

국민연금과 KIC는 국민이 낸 연금과 세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발생시켜야 매년 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외환보유 안전성에 기여할 수 있다. 외부 환경을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 탓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KIC 이사회와 기금 운용을 놓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한마디씩 거드는 바람에 기금 운용의 방향성이 잃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할 때이다. 그간의 기금 운용에 관여한 인사들에 따라 기금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사례를 보면 그렇다. 정권에 따라 전문가로 포장된 이들이 기금 운용에 관여해 투자 오판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연금과 KIC 이사회 의장 격이라 바뀔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기금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국민연금의 경우 본사를 전주로 이전하는 바람에 기금운용역들이 지방으로 가기 싫다면서 대거 이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람 잘 날 없는 간섭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7%로,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보다 낮아졌다. 국민연금 운용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모두 비전문가 위원회이다. 위원회 20명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이사장 등 정부 대표와 시민 단체, 노조·사용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정권에 기여한 낙하산 전용 기착지다. KIC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 일자리 나눔 센터이다. 비전문가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투자 방향이 빚은 투자 참사가 드디어 지난해 터졌다고 볼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내고 있다는 캐나다 연금은 비전문가인 정치인, 관료가 개입하지 못하게 최고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은 지난 2000년 의학 분업 때 나온 말이었다. 비단 의학 분업뿐이겠는가.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라는 말도 흐지부지되더니 이번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기업 범죄 전문 전 검사 출신을 선임했다고 한다. 연금 개혁도 목소리는 요란했지만, 정부도 국회도 해법을 못 찾고 있고 운용위원회도 비전문가들이 왈가왈부한다면 답은 뻔하다. 기금 고갈을 앞당길 뿐이다. 축구 등 스포츠에만 해외 감독과 선수 영입이 필요한 게 아닌 시대이다. 투자 전문가 영입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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