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수익률 높이는 스튜어드십코드 십분 활용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2023년 기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2222만 명이 낸 920조 원 중 65세 이후 연금 수급자 622만 명에게 34조 원이 지급된다고 한다. 이 연금을 현행대로 이어가면 오는 2057년 고갈될 것이라는 모의 추산이 나왔다. 하지만 920조 원을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수익률을 1%만 올려도 연금 고갈 시점을 8년 늦출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 920조 원은 세계 3대 기금이 될 만큼 규모가 크다. 규모가 큰 만큼 운용수익률이 조금만 높아도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재정추계 시산 결과 2055년도에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는 제4차 시산 결과보다 2년 앞당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 최근 10년 운용수익률은 연평균 4.9%로 세계 주요 연기금 중에 가장 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는 비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라고도 했다. 운용수익률이 세계 주요 연기금에 비해 낮은 것만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때문이라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수익률을 높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투자한 회사에 간섭은 하지 말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과 기금들이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은 자선사업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 푼이라도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국민이 노후에 최소한 연명해야 할 자금이다. 내는 사람보다 타야 할 사람이 많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고갈 시기도 34년 후라니 믿기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현재 논의 중인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타거나, 더 많이 내고 덜 타가는 수밖에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고갈 시기를 늦추려면 현 920조 원 규모의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투자 수익률 4.9%는 기금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 연금(9.6%),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7.1%), 노르웨이 국부펀드(6.8%), 네덜란드 연금(5.6%), 일본 공적연금(5.3%)보다도 낮다는 지적이다. 낮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낮은 이유를 국민연금 운용위원회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 국민연금 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의 이사회 격이고 실제 운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한다. 투자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기금을 운용토록 한다. 기금운용 지침에 따라 투자한다. 국내외 주식투자와 채권 그리고 기타 투자 비율을 정한 후 분산투자를 한다. 국민연금은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5% 이상 주요 주주 자격으로 투자회사에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행사 할 때마다 왜 투자만 하면 됐지, 간섭하냐고 뭇매를 맞기도 한다. 그런 뭇매를 던지는 이들은 왜 투자 수익률이 저조하냐고 지적한다. 한가지만 주문해야 한다. 기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행사해서라도 투자회사의 성장과 그에 따른 수익률을 챙기는 데 주력하라고 입을 모아야 한다. 수익률 1위 캐나다 연금의 경우 정부·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연금을 맡기고 법조문으로 ‘수익 극대화’를 명시해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처럼 배가 산으로 가도록 하는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인 없는 기관들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지적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기다렸다는 듯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KT 대표 연임을 공개 반대하기도 했다. 또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도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인 수도 서울을 놔두고 전주로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라 근무환경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퇴사하는 비율이 매년 10%에 달한다고 한다. 수익률을 최대한 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먼저여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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